‘200년 역사’ 박물관 화재에 분노하는 브라질 국민들

200년의 역사를 지닌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국립박물관에 2일 대형 화재가 발생하면서 국민들의 비난이 들끓고 있다.

화재 발생 이튿날 소식을 듣고 달려온 학자와 학생들은 국립박물관 잔해를 바라보며 안타까운 눈물을 흘렸다.

CARL DE SOUZA/AFP/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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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의 시위도 열렸다. 시위대는 정부에 박물관 재건을 요구했고, 손상된 유물을 확인하겠다며 박물관 내부로 진입을 시도했지만 경찰의 후추 스프레이와 최루 가스와 경찰봉에 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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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사나 올란다라는 35살의 고교 역사교사는 “화재는 정치인들이 현재 브라질 국민들에게 하고 있는 짓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들은 브라질의 역사와 우리의 꿈을 불태워 버렸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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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두아르테 박물관 부관장은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박물관이 만성적인 재정 적자였고, 적절한 지원을 받은 적이 없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그는 “수년간 우리는 지금 완전히 파괴돼 버린 이것들을 지키겠다고 여러 정부와 싸웠다”며 “엄청난 실망과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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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자들과 논평가들, 박물관 관계자들은 수년 간에 걸친 정부의 박물관 홀대로 인한 예산 부족으로 박물관 직원들이 전시를 계속하기 위해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 의존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루이스 페르난도 디아스 두아르테 박물관 부관장은 정부가 지난 2014년 월드컵 개최를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면서도 박물관에는 최소한의 예산 지원도 하지 않아 박물관을 고사(枯死)시켰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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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여전히 연기가 치솟고 있는 박물관 앞에서 브라질 TV와 가진 인터뷰에서 “많은 월드컵 축구 경기장 중 하나를 짓기 위한 비용의 4분의 1만이라도 박물관에 지원해 주었다면 박물관은 안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테메르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200년에 걸친 연구와 자료를 잃었다”며 “브라질에 비극적인 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브라질의 저명한 칼럼니스트 베르나드 벨루 프랑쿠는 “이 비극은 국가 자살 행위나 마찬가지”라며 “과거와 미래 세대에 대한 범죄”라고 통탄했다.

이번 화재로 소장 유물 2천만 점의 상당 부분이 소실됐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나, 정확한 피해 상황은 아직 공식 발표되지 않았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불은 일요일인 2일 오후 7시 30분 시작됐다. 관람 시간이 지나고 문을 닫은 상태였다.

불이 나자 20개 소방서에서 소방관 80여 명이 출동했지만, 주변 소화전 2개가 모두 작동하지 않아 대응이 늦었다.

소방관들은 트럭으로 주변 호숫가의 물을 길어 진화에 나섰다.

1818년 지어진 이 박물관에는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로마 가공 예술품, 아메리카에서 가장 오래된 1만 2천 년 전의 해골 ‘루치아’를 비롯해 화석, 공룡, 1974년 발견된 운석 등 귀중한 소장품을 보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