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중국 대표로 출전한 뒤 CF 출연으로 돈방석에 올랐으나 미국으로 돌아가 논란을 일으킨 중국 태생 스키선수 구아이링(18, 미국명 에일린 구)이 또 다른 논란에 휘말렸다.
그녀가 오는 2030년 또는 2034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추진하고 있는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의 홍보대사를 맡기로 한 것이 알려지면서 중국에서 격렬한 찬반 논쟁이 일고 있다.
구아이링은 7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시사주간지 <타임>이 주최한 ‘타임100 서밋 2022’ 행사에 참석해 “2030년 또는 2034년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의 동계올림픽 유치 홍보대사를 맡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소식이 중국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중국 소셜미디어에서는 파문이 일었다. 하루 만인 9일 웨이보에서 관련 소식이 4억회 이상 조회됐다. 수십 여개 매체가 보도한 그녀의 기사에는 댓글 수만 개가 달렸다.
“어느 나라 사람이냐”, “기회주의자”, “중국인이 미국의 올림픽 유치 홍보대사를 맡다니”라는 비판이 많았지만, “중국인이 외국 홍보대사가 됐다”며 축하하는 글도 있었다. 같은 중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낀다는 반응이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 환구시보의 전 편집장 후시진은 자신의 SNS에서 그녀를 옹호하고 나섰다. 후시진은 “<타임>은 제목에서 ‘중국의 구아이링’이라고 했다”며 다른 중국 선수들도 외국의 동계올림픽 유치 대사를 맡은 적 있다고 했다.
다른 관영매체에서도 중국 선수 구아이링이 미국에서 인정받았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이번 소식을 민족주의적인 관점에서 비난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려 노력했다.
하지만 구아이링이 자신을 중국인으로 생각하는지는 확실치 않다. 그녀는 중국 국적을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미국 국적을 포기했냐는 질문에 “중국에 있으면 중국인, 미국에 있으면 미국인”이라며 모호하게 대답한 바 있다.
중국은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중국 귀화하려면 미국 국적을 포기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 재무부 기록에서는 그녀가 미국 국적을 포기했다는 증빙 자료를 찾을 수 없었다.
이로 인해 중국 정부가 동계올림픽에서 미국을 이기기 위해 그녀에게 특혜를 베풀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실제로 중국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9개로 8개를 딴 미국을 1개 차이로 제치고 우승했다.
구아이링이 딴 금메달 2개가 결정적이었다. 만약 그녀가 미국 선수로 출전했다면 베이징 올림픽의 주인공은 중국이 아닌 미국이 됐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200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백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아래에서 태어난 구아이링은 2019년 미국 대표로 세계선수권 슬로프스타일에서 금메달을 땄다. 그러나 그해 6월 동료들의 만류에도 중국 대표로 국제대회에 출전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2022년 그녀는 중국 대표로 베이징 동계올림픽 프리스타일 스키 종목에 출전해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를 획득하며 스타가 됐다. 올림픽이 끝난 후 중국에서 수십 개 CF에 출연해 1200억원이 넘는 돈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는 지난 4월 초 시진핑 정권의 동계올림픽 총결산 표창대회에 참석한 뒤 미국으로 돌아갔다. 미국 귀국에 대해 “학업을 계속하겠다”고 이유를 밝혔지만 학업을 마치고 돌아오겠다는 약속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