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때 몸으로 수류탄 막아 다른 군인들 구한 참전용사가 요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By 윤승화

한국전쟁에 참전해서 수류탄을 몸으로 막아내며 동료들을 구한 참전용사가 별세했다.

지난 23일(현지 시간) 미군 기관지 성조지는 전직 미국 해병대원인 듀언 듀이가 이달 11일 플로리다의 한 요양원에서 89세를 일기로 숨을 거뒀다고 전했다.

듀언 듀이는 한국전쟁 참전용사였다. 1952년 4월 16일 자정, 듀언 듀이는 판문점 근처 전초기지에서 중공군과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때였다. 참호로 수류탄이 날아왔다. 듀언 듀이는 곧장 수류탄 위로 몸을 던져 온몸으로 수류탄을 덮었다. 참호로 날아온 수류탄을 온몸으로 막았다.

미 해병대

당시 그의 나이 20살이었다. 미국에는 아내와 한국전쟁 중에 태어난 갓난아기가 있었다.

듀언 듀이는 수류탄을 몸으로 막으면서 아내와 딸이 좋은 남편과 아빠를 찾을 수 있기를 기도했다.

온몸을 날려 수류탄을 막은 듀언 듀이로 인해 옆에 있던 의무병과 동료 병사들은 무사했다.

반면 듀언 듀이는 크게 부상을 입었으나, 야전병원으로 이송돼 천만다행으로 목숨을 건졌다. 이후 군 병원에서 4개월간 치료를 받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아이젠하워 대통령과 듀언 듀이(왼쪽) / 연합뉴스

이듬해인 1953년 듀언 듀이는 백악관에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미군 최고 등급 훈장인 명예훈장을 받았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듀언 듀이에게 “수류탄이 우리 중 한 명에게 떨어졌다면 몸이 산산조각이 됐을 것이다. 당신은 강철 같은 몸을 가진 게 틀림없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2011년, 어느덧 초로의 노인이 된 듀언 듀이는 참전용사 행사에 참여해 “다른 군인들도 비슷한 상황이라면 나처럼 행동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의회에 따르면,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명예훈장을 받은 참전용사 중 생존자는 이제 단 3명만이 남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