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정권, 미국내 공산주의 세력과 ‘합작’ 잰걸음

[워싱턴=트레보 라우더 기자] 중국공산당이 미국 내 공산주의 정당과 관계개선에 나섰다. 양측은 주류언론의 무관심 속에서 은밀한 행보를 재촉하고 있다.

지난 5월 26일부터 9일간 미국공산당(Communist Party USA) 대표단 2명이 중국을 방문했다. 중국공산당(이하 중공)의 초청에 따른 것이다.

시카고에 본부를 둔 미국공산당 존 바흐텔(John Bachtell) 의장과 캐롤 위돔(Carol Widom) 뉴욕지부장은 중국 선전에서 열린 칼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바흐텔 의장은 이번 기념식에 대해 “중공이 국제 공산주의자, 노동자정당과 유대관계를 강화 확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기념식에는 세계 각지에서 모인 공산주의자·사회주의자·좌파정당 등 70여 단체와 개인이 참석했으며, 이후 일주일 일정으로 베이징과 중국 공산주의 혁명 유적지 등 둘러봤다.

 

미국공산당, 중공과 지난 50년간 갈등관계

중공은 지난 1960년 구소련과 갈라선 이후 50년간 서구사회의 공산주의 및 사회주의 세력과 최소한의 왕래만 유지했다.

중공과 구소련의 결별에, 미국 내 공산주의 세력도 친소파 미국공산당과 친중파 진보노동당(Progressive Labor Party) 등으로 나뉘어 격렬하게 대립했다.

둘 사이에서는 폭력사태가 빚어졌고 상대방의 기밀정보를 빼돌려 각각 중공과 구소련에 넘긴 정황마저 포착됐다.

구동독 정보기관 문서에는 1963년 미국공산당 관계자가 동독을 방문해 진보노동당 당원 명단을 넘겼으며, 명단이 구소련까지 흘러갔을 것이라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이러한 적대관계는 1991년 구소련이 붕괴하면서 종결됐으나 양측의 앙금은 2000년대 초반까지 이어졌다.

 

구소련·동유럽 붕괴 후 재정 압박에 규모 축소

차가웠던 미국공산당과 중공 사이에 훈풍이 불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0년대 중반부터다.

미국공산당은 구소련 붕괴 와 동유럽의 공산주의 쇠퇴 이후 내리막을 걸으며 한때 10만에 이르렀던 당원수가 2천명으로 위축됐다.

자금난에도 시달렸다. 구소련 반체제 인사인 블라디미르 부코프스키에 따르면, 1981년부터 10년간 소련공산당이 미국공산당에 건넨 자금은 2천1백만달러(약236억원)로 추산됐다.

절박한 상황에 중공이 화해 제스쳐를 취했다. 2006년 샘 웹 의장 등 미국공산당 지도부가 베트남과 중국을 순방하며 사회주의 현장을 시찰했는데, 중국 순방길에 ‘중화전국부녀연합회’ 대표 등 중공 고위관계자가 동행했다.

양측이 어떤 대화를 주고 받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이후 미국내 미국공산당 측 학자들의 중국 사회연구와 옹호 발언이 수년간 이어졌다.

미국공산당 씽크탱크인 정치경제학자 와디히 할라비는 2011년 오클랜드 마르크스주의자 도서관(Niebyl-Proctor Marxist Library)에서 열린 포럼에 중국의 경제발전을 높이 평가하며 미국 내 반응을 분석했다.

이 자리에는 ‘미중인민우호협회’ 관계자와 나란히 발언해 유대감을 과시했는데, 이 협회는 미국내 대표적인 친중공 단체로 베이징 고위층 직계라인에 속한다.

또 할라비는 2017년 베이징 중국 사회과학원에서 열린 제8회 세계 사회주의 포럼에 참석해 중국의 사회주의 혁명을 극찬하며 “각국 공산주의 세력 간 연합”을 강조했다.

“각국 공산주의 세력 간 연합”은 이듬해 재차 언급됐다. 바흐텔 미국공산당 의장이 중국 선전에서 열린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 기념식 발언에서 “사회주의만이 사회와 자연, 인간과 노동의 조화를 회복할 수 있다”며 거론했다.

 

“미-중 대립 격화되면 미국 내 최대 투쟁세력 될 것”

이 자리에서 바흐텔 의장은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세력으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국 내 우파를 지목하며 저항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바흐텔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반중국 무역정책으로 노동자 계급의 결속을 해치고 있다. 미국 노동자들을 분리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공산당의 행보는 중공의 대미전략과 맞아떨어지고 있다. 미국공산당은 2010년 발간한 자료집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미국 정부는 경제·사회·군사적으로 중국을 직접 도발했다…(중략) 대립이 전면적으로 확산된다면…(중략) 미 제국주의 내부에서 최대 투쟁세력을 수립해야 한다.”

중공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혁명의 세계화에 착수했다. 외국 공산당과의 합작이 필수가 됐다.

미국공산당은 구소련의 자금과 환심을 얻기 위해 미국 내에서 반역행위를 했던 전력이 있다. 이제 중국의 자금력 앞에 그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지켜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