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이탈리아 알프스산의 눈이 녹으면서 30대로 추정되는 남성 스키어의 시신이 발견됐다.
시신 옆에는 오래된 고급 스키 장비가 놓여 있었고 안경과 시계, 이름 첫 글자가 새겨진 셔츠 조각 등도 함께 발견됐다.
하지만 이탈리아 경찰은 정확한 신원은 알기 어려워 지난 13년 동안 시신을 유가족에게 넘길 수 없었다.
이에 현지 검찰은 지난달 유품과 시신 관련 정보 등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유가족 찾기에 나섰고 결국 기적같이 성공했다.
프랑스 여성 엠마가 라디오 방송에서 이 소식을 듣고 자신의 삼촌인 앙리 라 마스네일 것 같다고 연락해 온 것.
1919년 생인 앙리는 35살 때인 지난 1954년 마터호른에 스키를 타러 갔다가 폭풍에 휩쓸려 실종됐다. 당시 가족들은 그를 찾아 나섰지만 찾지 못했다.
엠마는 이탈리아 경찰에 양복 차림에 넥타이를 매고, 안경을 착용한 앙리의 사진도 제출했다.
엠마의 아버지이자 앙리의 동생인 로제르(95)도 아오스타 검찰에 보낸 이메일에서 “64년 전 실종된 형 같다. 형은 그때 미혼이었고 매우 독립적인 사람이었다. 프랑스 경제부에서 일했다”고 말했다.
엠마가 제출한 사진에서 앙리가 낀 안경은 시신과 함께 발견된 안경과 같은 모양이었다.
경찰은 지난 주 앙리의 DNA와 로제르의 DNA를 비교 분석한 결과 시신이 앙리라는 것을 확인했다.
수학자인 로제르는 타임스지에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절대 모를 것이라는 생각에 익숙해져 있지만 형의 시신은 발견됐다.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사람이 죽은 후 영생을 얻고 부활한다는 것을 믿는다”며 “형의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더라고 이런 일이 그에게 일어났을 것이라고 믿는다”고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