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권없이 얼굴 인식만으로 급식먹는 中 고등학교

중국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교급식에 얼굴 인식 장치를 도입했습니다. “혁신적인 성과”라는 현지언론 찬사 속에 “빅 브라더식 감시에 이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절강성 항저우의 제11중학교(중학교+고등학교)는 최근 급식시스템 ‘스마트다이닝’을 3.0버전으로 업그레이드했습니다.

민간업체에서 개발한 이 시스템은 식권이나 급식카드 없이 얼굴만으로 급식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학생들은 배식창구에 부착된 얼굴 인식 장치를 1초간 바라보면 이름과 카드잔액, 선택한 메뉴등이 표시되고, 확인버튼만 누르면 바로 결제가 이뤄집니다.

이전에는 스마트폰으로 주문, 결제한 후 식권을 제시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습니다.
또한 시스템이 업그레이드되면서 매주 1회씩 학생들의 영양섭취 상태를 학부모에게 이메일로 발송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제11중학교 장관차오(张冠超) 부교장은 “학생들이 자주 식권을 잃어버려 얼굴 인식 장치를 도입하게 됐다”며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장 부교장은 “학생과 학부모는 식권 잃어버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며 “많을 때는 하루 50명까지도 식권을 잃어버리기도 했다”고 밝혔습니다.

학생들도 “식권 없이 밥을 먹을 수 있게 돼 편하다”고 말했고, 현지언론 역시 “혁신적인 성과”라고 극찬했습니다.

한편, 얼굴 인식 급식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錢江晚報 캡처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번 사례는 중국정부가 얼굴인식 기술을 사회전반으로 확산하는 과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꼬집었습니다.

얼굴 인식 적용범위를 여러 분야로 넓히겠다는 학교 측의 계획도 이러한 우려감을 증폭시키는 대목입니다.

장 부교장은 “도서관·체육관·과학실험실에 얼굴 인식을 도입하겠다.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는지, 수업에 얼마나 참여하는지 모니터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미 급식 시스템 도입과정에서 전교생의 학생증 번호와 사진을 데이터베이스화했기 때문에 학교에서 결정만 내리면 현실이 되는 상황입니다.

전교생에 대한 얼굴 3D 스캔도 진행했습니다. 학생들은 “얼굴 촬영 때 다양한 표정과 각도로 응하라”라는 학교 측 권고를 받았습니다.

한 관영매체는 제11중학교 얼굴 인식 장치 도입을 전하며 “고위 공직자들도 신중하게 지켜봤다”며 의미심장한 평가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최근 얼굴 인식 시스템은 중국 내 여러 분야에 급속하게 도입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얼굴 인식을 당하는 이들에게 해당사항이 미리 고지되거나,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도입 여부는 정부기관이나 당 조직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합니다.

얼굴 인식이 이미 주민감시에 이용된다는 보도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SCMP는 “중국 정부는 지난 2015년부터 전 중국의 CCTV를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 네트워크는 안면정보를 포함한 주민 개인정보를 담은 데이터베이스와 연동됐다”고 전했습니다.

이 시스템은 민주활동가 등 체제비판적 인사를 기차역이나 버스터미널 등 공공장소에 설치된 CCTV에 포착되면 감시당국에 즉각 통고합니다.

또한 중국 대부분 지역해 스캔해 단시간 안에 얼굴사진만으로 특정인물을 추적하는 기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SCMP는 “중국의 주민 감시망 사업은 작업이 워낙 방대해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다음 단계가 항저우 제11고등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