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극심한 경제난에 길에다 부모 버려

By 이 충민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에서 연로한 부모들이 버림을 당하는 비극이 잇따르고 있다.

베네수엘라 현지 언론들은 26일(이하 현지시간) 마라카이보의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또 버려진 노인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이 가족들로부터 버림을 당한 노인이 발견된 건 터미널에서만 벌써 두 번째.

터미널 측은 펠리페라는 이름의 노인이 대기실에서 장시간 꼼짝하지 않고 있다가 직원들에게 발견됐다고 전했다.

터미널 관계자는 “이 노인은 이름만 밝혔을 뿐 다른 질문엔 일절 답하지 않고 있다”며 “아마도 자녀로부터 버림을 받았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Alejandro Bracho

앞서 지난주에도 이 터미널에서 버려진 할머니가 발견됐다. 자녀들이 대기실에 버린 이 91세 할머니는 극도의 영양실조에 걸린 상태였고 터미널 직원들이 뒤늦게 발견했을 때 할머니는 이미 실신한 상태였다.

터미널 측은 할머니를 병원으로 옮기기 위해 구급차를 불렀지만 구급차가 도착하기 직전 할머니는 숨을 거뒀다.

이후 수사에 나선 경찰은 생활이 어렵다는 이유로 노모를 고속버스터미널에 내다버린 61세 아들을 체포했다.

마라카이보 고속터미널 관계자는 “대기실에 정처 없이 앉아 있는 노인을 보는 게 이젠 일상이 됐다”며 “버려진 노인 대부분은 자녀들에게 버림을 받은 사실을 숨긴다”며 안타까운 사실을 전했다.

이 관계자는 “경제난이 또 다른 비극을 낳고 있다”고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