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다시는 나쁜 짓을 하지 않기로 약속했던 흑인 청년이 불과 3주가 지나기도 전에 마약 소지와 공무집행방해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약속은 매스컴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미담이라 마크롱 대통령이 다소 머쓱해진 상황이다.
18일(현지시간) 공영 프랑스 TV 등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과 다짐했던 흑인 청년은 지난달 29일 마크롱 대통령이 카리브 해의 프랑스 해외영토 생마르탱을 방문했을 당시 민소매 티셔츠에 검은 두건 차림으로 대통령과 대화하면서 화제가 됐다.
당시 마크롱 대통령은 청년에게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었고 22세의 이 흑인 청년은 “교도소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돼서 지금 아무 일도 안 한다”고 말했다.
이에 “어떤 어리석은 일을 저질렀느냐”라고 마크롱 대통령이 묻자 청년은 부끄러워하며 “조그만 강도질을 저질렀다”고 답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청년과 함께 그의 아파트를 방문하고는 그에게 “이 상태에 머무르면 안 된다. 어리석은 짓을 다시 해서도 안 된다. 강도질은 이제 끝이다. 잊지 마라. 당신 어머니는 그보다 더 좋은 대우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다그쳤다.
대통령의 조언에 이 청년은 다시는 나쁜 짓을 안하겠다고 다짐했고, 마크롱 대통령은 곧바로 그 옆에 서 있던 청년의 어머니와 친구를 힘껏 안아줬다.
하지만 이 청년은 지난 17일 법원에서 마약 소지와 공무집행방해 죄목으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4월을 선고받았다.
마약 소지 혐의로 체포된 이 청년은 체포될 당시 심하게 저항하며 경찰관에게 위해를 가해 공무집행방해 혐의까지 적용됐다. 그는 재판이 진행 중인 닷새 전에도 또 소량의 마리화나를 소지한 혐의로 체포돼 조사를 받고서 풀려났다.
한편 마크롱 대통령은 생마르탱 방문 당시 자신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면서 욕설로 해석되는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올린 흑인 청년을 두둔하기도 해 더욱 머쓱해진 상황이다. 이 청년은 최근 체포된 남성의 친구로 알려졌다.
당시 “프랑스 전체에 대한 모욕”이라는 르펜 국민연합(RN) 대표의 공세에 마크롱 대통령은 “나는 공화국의 모든 아이를 사랑한다”면서 청년의 행동을 두둔하고 불쾌감을 표한 바 있다.
국민연합의 질베르 콜라르 의원은 이번 사건을 두고 18일 트위터를 통해 “대통령이 ‘생마르탱의 작은 천사’에게 한 충고는 아무 소용 없는 일이 돼 버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