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층 고층빌딩을 꼭대기까지 기어오른 라쿤(북미 너구리) 한 마리 때문에 지구촌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사건은 지난 11일 라쿤 한 마리가 미국 미네소타 주 세인트폴의 한 2층 건물 지붕에서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건물 관리자들은 이 라쿤이 이틀 동안 굶은 데다가 물도 마시지 못한 것으로 보고 구조에 나섰지만 라쿤은 오히려 옆 고층건물로 달아나 벽을 타기 시작했다.
그런데 라쿤이 건너간 건물은 하필 25층짜리 ‘UBS 플라자’였다. 이 건물은 외장재가 부드러워 라쿤이 발톱을 박을 수 있었는지 라쿤은 계속 고층으로 올라갔다.
구조하던 사람들은 당황했고 라쿤은 불과 10분 만에 지상에서 30m 이상 높은 12층까지 기어올랐다.
러셀 버크 호프스트라대 생물학 교수 등 동물학자들은 “라쿤은 위험을 감지하면 발톱을 이용해 재빨리 나무 위로 달아난다”며 “안전하다고 생각하면 곧 땅에 내려올 것”이라 설명했으나 이 라쿤은 계속 위로만 올라갔다.
마침내 라쿤이 15층과 20층 사이에 도달하자 건물 주변에는 구경꾼들이 몰려들었다.
까마득한 높이에서 검은 점으로 변한 터라 쌍안경을 갖고 나온 이들도 있었다. 라쿤 인형을 들고 손에 땀을 쥐며 구경하는 소녀도 눈에 띄었다.
그러자 미네소타 퍼블릭 라디오의 전광판에도 “라쿤이 새로운 고지에 올랐다”는 긴급보도가 떴다.
하지만 라쿤을 구조할 뚜렷한 방안은 떠오르지 않았다. 창문 청소 전문가를 투입해 줄을 타고 접근하거나 주변 창문을 여는 방안이 논의됐으나 라쿤이 놀라 더 위험한 상황을 부를 수 있었다.
세인트폴 공무원들이 결국 아이디어를 냈다. 고양이 먹이를 미끼로 라쿤을 옥상까지 유인해 덫에 걸려들기를 기다리는 작전이었다.
라쿤은 창가에서 쉬기와 건물 오르내리기를 되풀이하더니 12일 새벽 2시 45분께가 돼서야 옥상으로 올라갔다.
그러고는 모두가 숨죽여 바라는 대로 고양이 먹이가 든 덫을 발견하고 그 안으로 들어갔고 모두는 환호성을 질렀다.
시 관계자는 “약간 말랐지만 2살짜리 암컷의 이 라쿤은 건강했다”며 “덫에 있던 먹이를 다 먹어치우고 물도 많이 마셨다”고 설명했다.
결국 라쿤을 구조하기까지 무려 20시간이나 걸렸다.
현재 이 라쿤은 야생으로 안전하게 돌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지=해당 트위터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