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때려 잡았어요”….알고보니 멸종위기종

By 이 충민

아르헨티나의 지방 산티아고델에스테로 경찰은 22일(현지시간) 새벽 2시쯤 한 여학생의 다급한 신고전화 한 통을 받았다.

“동네에 괴물이 출현해 여학생들이 몽둥이를 들고 싸우고 있어요. 사람이 죽을지도 몰라요.”

이에 경찰 역시 크게 놀라 급히 장총까지 챙겨 서둘러 현장으로 출발했다.

경찰이 도착한 현장엔 신고 내용처럼 여학생들이 몽둥이를 들고 서 있었고 여학생들 앞에는 의문의 생물체가 쓰러져 있었다.

마치 여우나 사슴 같기도 한 이 ‘괴물’은 유난히 다리가 길었다. 전체적으론 누런색이지만 입과 발목은 검은색이었고 꼬리는 은색이었다.

여학생들에 따르면 이날 자정을 넘겨 반려견들이 심하게 짖는 소리를 듣곤 창밖을 살펴보다가 이 ‘괴물’을 목격했다.

‘괴물’은 반려견들과 길에서 대치하고 있었고, 자칫 자신의 반려견이 끔찍한 일을 당할 수도 있다는 걱정에 한 여학생이 몽둥이를 들고 뛰쳐나갔다.

그는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한 동물이 반려견들과 싸우고 있었다”면서 “겁이 났지만 반려견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전화로 부른 친구들도 몽둥이를 들고 합세했다. 여럿이 몽둥이를 들고 다가서자 ‘괴물’도 본능적으로 공격 자세를 취했지만 결국 격렬한 몽둥이찜질에 죽고 말았다.

긴 다리가 특징인 갈기 늑대(trueactivist.com)

하지만 나중에 확인된 결과 이 죽은 생명체는 괴물이 아니었다. 이 동물은 스페인어로 ‘아구아라구아수’라고 불리는 갈기늑대(Maned wolf)로 멸종위기종이라 현지에서는 만나보기 힘든 동물이었다.

경찰은 “여학생들을 탓할 일은 아니지만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이라 정말 안타깝다”면서 “쉽진 않겠지만 갈기늑대가 이곳에서 발견된 경로를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갈기 늑대는 토끼나 쥐 등 작은 동물도 잡아먹지만 사탕수수, 나무열매 등을 주로 먹는 순한 늑대로 알려졌다.

갈기 늑대의 새끼들(trueacti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