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법시민의 정당방위 권리를 위헌적으로 제한”
미국 연방 대법원이 집 밖 총기 휴대를 제한한 뉴욕주 법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뉴욕주 법이 무기 휴대를 허용한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의 쟁점은 개인이 자기방어를 위해 총기를 휴대하는 것을 주정부가 ‘허가제’를 통해 제한하는 것이 위헌이냐 아니냐였다. 대법원은 6대 3의 표결로 미국 수정헌법 제2조 위반이라고 결정했다.
미국 수정헌법 제2조는 “잘 규율된 민병대는 자유로운 주(state)의 안보에 필수적이므로, 무기를 소지하고 휴대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를 침해해선 안 된다”이다.
이번 결정은 범죄율이 상승하고, 일부 시민단체가 경찰 예산 삭감을 요구하고 조 바이든 행정부가 총기 규제를 강화하려는 가운데 나왔다. 미 의회에서는 총기 규제 법안을 추진 중이다. 이날 상원에서는 공화당 의원 15명이 민주당에 합류하면서 이 법안이 통과됐다.
전미총기협회(NRA)는 “미국 전역의 선량한 남녀들을 위한 중대한 승리”하고 환영했다. 웨인 라피에르 NRA 부회장은 “자신을 보호하고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을 보호할 권리가 집 안에서만 끝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판결에 대해 “매우 실망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판결은 상식과 헌법 모두에 위배되며 우리 모두를 매우 괴롭게 할 것”이라며 각 주에 총기 규제법 제정을 요구했다.
이번에 위헌 판결이 난 뉴욕주 법은 허가 없이 집 밖에서 권총을 휴대하지 못하도록 했다. 뉴욕주는 ‘정당한 사유’를 입증해야 집 밖에서 권총을 휴대할 수 있도록 한다. 총기 휴대를 허용하면 총기범죄가 만연할 수 있는 이유에서다. 7개 주가 비슷한 허가제를 운영 중이다.
반대 측에서는 이 법이 성실한 시민들의 자기 방어권을 침해한다고 비판해왔다. 총기 범죄자들은 법을 무시하고 총을 가지고 다니기 때문에, 오히려 준법시민들에게만 불리하다고 주장했다. ‘정당한 사유’도 특별하게 자기 보호가 필요한 경우로만 제한됐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클라렌스 토마스 대법관이 작성한 다수의견(PDF)에서 ‘정당한 사유’를 입증해야만 공공장소 총기 휴대를 허가하는 뉴욕주 법이 수정헌법 제14조 위반이라고 밝혔다.
다수의견은 뉴욕주 법이 “신청자가 특별한 자기방어 필요성의 입증할 때만 공공장소 총기 휴대를 허가”하므로 “일반적인 자기 보호 필요성을 가진 준법시민들이 공공장소에서 정당방위 차원의 무기 소유·휴대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한다”고 했다.
수정헌법 제14조는 “어떤 주도 적법한 법적 절차 없이 개인의 생명과 자유, 재산을 빼앗을 수 없다”(적법 절차 조항), “관할권 내 어떤 사람에 대해서도 법률에 따라 동등한 보호를 거부하지 못한다”(평등 보호 조항)고 규정하고 있다.
다수의견은 또한 “우리는 미국 헌법이 제2조에서 개인의 행위(무기 소유·휴대)를 보호한다고 생각한다”며 “정부가 규제를 정당화하려면, 정부는 그 규제가 미국의 역사적 전통과 일치한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인들이 집 밖에서 자신을 방어할 능력을 (정부가) 부정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전했다.
다수의견에 동참한 새뮤얼 앨리토 대법관도 미국의 역사적 전통에 관해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수정헌법이 채택될 당시 많은 미국인 가정이 외딴곳에서 고립된 채 생활하며 자신이 자신을 보호했다는 것이다.
만약 당시 연방정부가 총기 소유를 금지하고 총기를 압수하려 했으면 미국인들은 분명히 저항했을 것이며, 불행하지만 오늘날 미국인들이 처한 상황도 자기방어가 불가능할 경우 두려움을 가질만한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앨리토 대법관은 설명했다.
한편 스테판 브레이어, 소니아 소토마요르, 엘레나 케이건 등 3명의 대법관은 뉴욕주 법이 위헌이라는 결정에 반대했다.
브레이어 대법관은 반대의견(소수의견)에서 “2020년 미국인 4만5222명이 총기로 목숨을 잃었고, 올해 들어 277건의 총기 난사 사건이 보고됐는데 이는 하루 평균 1건 이상”이라며 “총기 폭력은 자동차 사고를 능가하는 어린이, 청소년 사망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여러 주에서 총기 구매, 소유, 사용을 제한하는 법을 제정하며 앞서 밝힌 총기 폭력의 위험성 일부를 해결하려 노력해왔다. 오늘 대법원은 그러한 각 주정부의 노력에 심각한 부담을 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