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석탄 실은 선박 두 척, 국내에 11차례나 무검색 입항

By 이 충민

유엔 안보리 금수품목인 북한산 석탄을 실은 선박 두 척이 국내에 수시로 출입했지만 선박 검색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파나마 선적 ‘스카이에인절’호와 시에라리온 선적 ‘리치글로리’호는 지난 3월 관세청 ‘우범선박목록’에 오르기 전까지 국내에 11차례나 들어왔지만 당국의 선박 검색을 받지 않고 출항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산 석탄뿐 아니라 다른 금수품목의 유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검색 공백이 드러난 것.

이는 앞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 보고서로 북한산 석탄 환적 문제가 제기된 17일, 우리 정부 측이 “2월 스카이에인절호와 리치글로리호가 입항했을 때 (이미) 우범선박목록에 올라 있어 검색했다”고 설명한 것과는 다르다.

관세청 관계자는 “(3월 초) 우범선박목록에 오르기 전까지 국내에 입항했을 때 검색을 별도로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를 감안하면 지난해 10월 이후 의심 선박에 대한 ‘검색 구멍’이 5개월 동안 이어진 셈.

지난 16일(위)과 18일 원산항 야적장 주변을 촬영한 위성사진. 16일 사진에는 석탄 더미 주변에 트럭이 몰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플래닛=VOA)

다만 해당 선박들이 2월에 각각 한 차례 검색을 받은 것은 외교부가 “지난해 제재 위반 의심을 받는 선박이 들어온다”는 정보를 알려줘 관세청이 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청에 따르면 조사 당시 선박회사와 선주, 선장, 선원 등을 대상으로 탐문조사를 벌였지만 모두 ‘북한산 석탄인지 몰랐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앞으로 우범선박목록에 올라도 현재 서류 위주의 검색은 맹점이 있다. 관세청의 또 다른 관계자는 “석탄과 같은 현물(화물)에는 손을 대지 않고 서류 위주로 검색한다”며 “북한을 다녀왔느냐, 접촉했느냐가 검색의 관건인데 환적한 물품은 서류만 제대로 있다면 금수품목 여부는 조사하기 어렵다”고 했다.

사실상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이 지적하거나 당국이 제재를 위반한 것 같다는 첩보를 입수하지 않는 한 러시아 등에서 환적해 북한산임을 속이는 선박들을 일일이 감시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한편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19일(현지 시간)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에 따른 수입금지 품목인 북한산 석탄이 한국에 유입됐다’는 미국의소리(VOA) 방송 보도와 관련해 “북한 정권을 지원하는 주체에 대해 단호한 행동을 취하겠다”며 경고했다.

VOA는 이들 두 선박이 사실상 다롄(大連)에 소재한 중국 회사가 운영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18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