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페이의 학교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 타관 벌이 자녀 |
[www.ntdtv.com 2013-02-14]
타관 벌이는 중국 경제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그들은 농촌을 떠나 도시로 몰려들었고, 세계 최저수준 임금을 받고 장시간 불평 없이 일했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경제 주역인 이들의 현주소는 30년 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 여전히 빠듯한 임금을 받고, 호적이 없어 혜택도 누릴 수 없는 도시에서 살아간다. 그들이 떠난 농촌에는 조부모나 친척의 손에서 자라거나 고아가 되어 버린 아이들을 뜻하는 유수아동(留守兒童)이 남아 있을 뿐이다.
통계를 따르면 유수아동 수는 8,500만 명이 넘는다. 전통적인 가족이 사라지면서 마땅히 받아야 할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다. 멀리 떨어져 있는 부모도 안쓰럽기는 마찬가지다. 아이를 데려올 수도 없고,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는 처지다. 화려해 보이는 중국 경제 이면에는 타관 벌이 가정의 붕괴가 숨어 있다.
타관 벌이는 왜 자녀를 도시로 데려가지 못할까? 중국 특유의 엄격한 호적 제도로 고향을 떠난 사람은 다른 지역에서 의무교육을 받기 힘들다. 교육의 기회가 없고 생활비가 비싼 도시에서 자녀를 데리고 있기는 힘들다. 생활비를 대기에도 빠듯한 농민공의 낮은 임금도 문제다. 상당수 아이들은 농촌에 남아 조부모를 봉양하고 가사와 농업을 담당하는 등 격무에 시달린다.
[타관 벌이 자녀 장밍후이(張明會)가 2011년 7월 1일 쓴 일기]
“오늘 아침에는 나와 할머니가 비료를 짊어졌다. 비료를 한 포대도 체 못 나른 것 같은데 날이 밝아왔다. 금방 더워지면서 비 오듯 땀을 흘렸다. 땀을 닦고 또 닦고, 날씨는 사람을 잡으려 든다. 힘든 것은 옥수수 밭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모기다. 모기는 우리 곁을 맴돌면서 피를 빨아먹는다. 모기가 배불리 먹고 가면 피부가 금방 부어오르면서 가렵다. 다행히 평소보다 짧은 시간 안에 비료를 다 뿌려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모기에서 해방됐다.”
[초등학교 6학년 양하이지오 학생의 일기(2010년 4월 6~8일)]
버스가 도착하면 아버지가 우리에게 많은 일을 떠넘기고 떠나지만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울음이 북받쳐 나온다. 아버지는 왜 우냐고 묻지만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아버지는 공부를 열심히 해서 중학교를 마치고 취직하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줄곧 울면서 버스에 오르는 아버지를 바라봤다. 집으로 돌아와 공허한 마음에 아무 일도 하고 싶지 않고 밥도 먹고 싶지 않았다. 오늘 아침 동생을 먹여서 학교에 보내기 위해 일찍 일어났다. 급수차가 오는 날은 일찍 가서 줄을 서야 물을 길어올 수 있다. 하는 수 없이 등교는 포기해야 한다. 요즘 집에 물이 떨어지고 할머니도 몸이 나빠져 잘 걷지 못한다. 주사를 맞고 약을 먹지만 좋아질 기미가 없다. 할머니가 물을 길어올 수 없다. 하늘도 무심하다. 가뭄이 계속되지만 않았어도 공부도 할 수 있었을 텐데 정말이지 공부하고 싶다.
도이체벨레는 전교생이 모두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광시 성의 시골 초등학교를 소개했다. 루리펑 교장은 “가장이 모두 외지로 나가서 아이들이 학교에 기숙하게 됐고, 책임이 아주 크다”라고 말했다. 장리앙 교사는 학생들이 집으로 가도 공부하라고 말하는 사람이 없어 가르치기 힘들다고 밝혔다. 연구기관 조사를 보면, 공부할 때 가장 큰 애로사항을 묻는 설문에서 유수아동의 63.9%가 ‘학습을 지도할 사람이 집에 없는 것’이라고 답했다.
사실 교육의 장소라기 보다는 생존을 위한 장소에 가깝다. 2005년 후난성 롄위안시에서 발생한 홍수로 12명의 아이가 사망했다. 그중 11명이 유수아동이었다.
부모와 떨어져 장기간 방치된 미성년 자녀. 몇 년에 한번 만나기도 힘든 중국의 현실은 유교 문화가 근간을 이루는 중국의 전통에 어울리지 않는다. 지금까지 이렇게 왜곡된 가족의 형태는 있어본 적이 없다. 조사 결과 가족의 사랑과 교육을 받지 못한 유수아동 대부분이 심리적인 결함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성적이고 열등감을 느끼고 원망과 분노가 가득하다. 중국이 30년간 이룬 경제 성장은 어쩌면 중국의 미래를 짊어질 아이들의 희생을 대가로 이뤄진 것일지도 모른다.
NTDTV Korea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