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6.
이 숫자를 보고 ‘사랑해’라는 말을 떠올렸다면, 당신은 그 시절을 기억하는 고인물이다.
486은 1990년대, ‘삐삐’가 우리나라를 휩쓸었을 당시에 사용했던 숫자 암호다.
삐삐를 전혀 사용해본 적 없거나, 90년대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은 왜 486이 ‘사랑해’라는 뜻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 시절 감성이다.
사실 486은 ‘사랑해’의 각 글자 ‘획수’를 나타내며, 당시 젊은 연인들 사이에서 둘만의 암호처럼 쓰였다.
(삐삐 암호는 이외에도 수없이 많다. 0404 : 영원히 사랑해. 17171771 : I LOVE U 등)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 휴대전화가 등장하고, 2010년 이후에는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삐삐는 시대의 아이콘이자 역사의 흔적으로 잠들었다.
요즘에는 누구도 삐삐를 찾지 않고, 삐삐를 기억하지 못한다. 삐삐 제조사들은 모두 망한 줄로 알고 있다.
그러나 삐삐를 만들던 회사는 아직도 건재하다. 심지어 국내 점유율이 90%가 넘는 강소기업으로 자리매김했으며, 해외시장에서도 통한다고.
과거 삐삐 제조사였던 ‘리텍’은 삐삐 수요가 줄자 다른 사업에 눈을 돌렸다. 자신들이 보유한 ‘무선 호출 기술’을 사용해 다른 제품을 생산했다.
바로 ‘진동벨’이다.
우리가 흔히 카페나 음식점에서 접하는 진동벨. 사실 삐삐 회사가 만드는 제품이었다.
리텍은 지난 2002년 국내 최초로 진동벨을 개발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고, 현재는 국내 1위의 진동벨 제조 회사로 성장했다.
국내를 넘어 미국, 유럽 등 세계 55개국에 수출해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끊임없는 시도와 연구, 노력 끝에 전혀 다른 기업으로 변모한 것이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발맞춰 새로운 사업 영역을 개척한 리텍. 흐름을 읽는 선구안, 과감한 결단력과 실행력이 실로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