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 베트남 투자액…처음으로 중국 제쳤다

By 이 충민

중국을 떠나 베트남으로 가는 국내 업체가 크게 늘어 올 상반기(1∼6월) 한국의 베트남 직접투자액이 1992년 양국 수교 이후 처음으로 중국(홍콩 제외)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고 동아일보가 전했다.

17일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해외투자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의 베트남 직접투자액은 19억7081만 달러(약 2조2245억 원)로 지난해 9억4253만 달러에 비해 2배 넘게(109%) 늘었다.

중국에 대한 투자도 지난해 ‘사드 보복’ 여파에서 벗어나며 회복세를 보였지만, 베트남의 증가세를 따라잡지는 못했다.

올 상반기 대중 투자액은 15억9568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0억8731만 달러보다 46.8% 늘었지만 대베트남 투자액보다는 3억7513만 달러 적었다.

한국 기업들의 중국 탈출은 크게 오른 인건비 탓이 크다. 현재 중국은 정상 근무시간 인건비가 월 800달러(약 90만 원)인데 각종 수당을 합치면 1000달러를 넘는다. 인건비 비중이 높은 경공업 분야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힘들다.

여기에 특유의 ‘관시(關係)’ 문화와 사드 보복으로 상징되는 중국 공산당과 지방정부의 고압적 태도 및 비협조 등이 겹쳐지며 중국에서 사업을 접는 경우가 늘어났다.

YE AUNG THU/AFP/Getty Images

반면 베트남은 아직 중국에 비해 인건비가 낮은 수준인 데다 동남아 국가 중 산업 인프라도 양호한 편이다. 특히 한국과 같은 유교 문화권으로 문화적 동질성이 있고 성실함과 정직함, 친절함을 높게 평가하는 사회 분위기도 기업하기에 좋은 환경이다.

최근 케이팝 등 한류와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의 활약, 롯데와 CJ 등 베트남 곳곳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 덕에 베트남 국민들은 한국을 친근하게 느끼고 있다.

‘삼성전자 효과’도 있다. 삼성전자가 베트남과 인도 등 신흥시장 중심으로 생산체계를 재편하면서 관련 기업들도 한꺼번에 베트남으로 공장을 옮긴 경우가 많다.

김일산 한국무역협회 베트남 호찌민 지부장은 “베트남에서 가까운 중국 광둥(廣東)성 지역 공단은 자국 기업들조차도 베트남으로 이전해 점점 비어가고 있다”며 “중국이 생산기지로서는 매력을 잃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