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금서(禁書, 금지된 서적) 판매대는 홍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습니다. 중난하이(中南海)의 비밀을 다룬 책이 가득 진열된 좁은 서가에는 매일 중국에서 온 관광객이 벌떼처럼 몰려들었습니다. 최근 몇 년 간 금서에 대한 중국 관광객의 관심은 식을 줄을 모르고 있지만, 지난 날 성황을 이루던 금서 매장에는 점점 냉기가 돌더니, 금서가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홍콩의 출판계와 상인들에 따르면 중국의 정치적 압력과 자본 규제, 세관의 엄격한 조사 등이 원인입니다.
[기자]
금서는 중공이 발행을 금지한 서적을 가리킵니다. 일부는 진귀한 역사 연구의 결과물로, 예를 들어 대약진에 따른 기근, 6·4 사건 등을 다루었고, 일부는 전직 중공 고관의 회고록, 일부는 당시 정치상황을 분석하고 예측한 ‘개방’과 같은 잡지도 있고, 또 일부는 중공의 권력투쟁 내막이나 사생활 등의 뒷이야기가 포함됩니다. 중공의 정권 활동의 정보가 고도로 은폐되어 있기에 금서는 중국 정치를 논하는 유일한 매개체가 됐습니다.
중공으로 정권이 이양되기 전, 홍콩은 영국의 식민지였습니다. 정권 이양 조건 중 하나는 홍콩에 법적인 출판의 자유 보장을 포함한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홍콩은 중국 금서 판매의 중심지가 됐습니다.
[차이융메이(蔡詠梅), 홍콩 개방 잡지 편집장]
“홍콩에는 출판의 자유가 있잖아요? 그래서 늘 중국의 그런 정치 금서들, 중국에서는 민감해서 내놓을 수 없는 책이 모두 홍콩에서 출판됐죠. 지금은 반체제인사 뿐 아니라 중공 당내의 일부, 심지어 마오쩌둥파까지 책을 출판하려면 홍콩을 이용합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중공의 고위층인데다, 중공의 내막이나 내부 정치 문제를 토론하는 게 완전히 금지돼 있으니까요.”
홍콩에서 구입하는 금서는 홍콩으로 향하는 중국인 여행객의 필수 구매항목이었고, 홍콩의 가판대에서 대형 서점 체인에 이르기까지 금서 판매가 호황을 이루었습니다. 어떤 중국인은 심지어 일부러 홍콩에 와서 수십, 수백 권의 금서를 구입해 중국으로 가져가기도 했습니다.
중국 내 금서 전파를 막기 위해 중공 당국은 각종 압박 수단을 동원했습니다. 그중 하나는 금서 구매자를 겨냥한 제제조치들이었습니다.
[홍콩 톈위안(田園)서점 판매원]
“엄격하게 금지하면 적게 팔릴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본토인이 와서 샀는데, 세관에 몰수당한다면 그사람은 다시는 사러 오지 않을 테고, 한 사람이 열 사람한테, 열 사람이 백 사람한테 전하면 자연히 이렇게 (판매량이) 줄어들겠죠!”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비단 금서 애독자 개개인에 대하여 억지 트집을 잡는다든가 여행사까지 황당한 경고를 보낸다든가 하는 식으로 압력이 가해졌습니다. 만약 여행객들이 홍콩에서 구한 금서를 소지하고 입국할 경우 관광안내원이 벌금을 내는 조치도 있었습니다.
많은 언론사의 조사 결과 지난 3년 간 홍콩의 금서 출판과 판매 상황이 크게 변했습니다.
[장청줴(張成覺), 홍콩 작가]
“이 문제는 저한테 제일 심각합니다. 왜냐하면 제가 이런 책을 출판하는데, 하나도 안 팔리니 저는 책을 모두 끌어안은 채 한 사람이라도 봐주면 좋겠다는 생각 뿐입니다. 중국 쪽은 봉쇄가 너무 심해서 전혀 들어갈 수가 없고 하나라도 가져갈 방법을 찾기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을 바꿀 방법이 없습니다.”
현재 홍콩 내 중국 금서의 발행, 출판 수량은 급격히 감소했고, 체인 서점의 금서 매대도 이미 사라졌습니다.
영국 가디언은 올해 5월 보도를 통해 겉으로는 홍콩이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출판검열제도가 없어보이지만, 사실상 이미 중공의 자체 검열, 소프트 검열, 경제 제재 등의 보이지 않는 통제를 받고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홍콩 애플 데일리도 수많은 홍콩의 인쇄소와 서점이 현재 중공 자금에 인수돼 통제당하고 있다고 폭로했습니다.
확인에 의하면 홍콩 현지에서는 3대 주요 서점 체인인 산롄(三聯), 중화서국(中華書局), 상우인서관(商務印書館)이 모두 51개의 서점을 소유하고 있는데요, 모회사는 롄허(聯合)출판그룹입니다.
애플 데일리는 넥스트 미디어의 뉴스를 인용해 홍콩 시장에서 80%의 서적을 발행하는 롄허출판그룹이 원래는 중공의 홍콩 주재 기관인 홍콩연락사무소 산하의 광둥(廣東) 등록 회사를 통해 조종되고 있는데, 그 회사는 홍콩에서 친중공 매체인 다공바오(大公報), 원후이바오(文匯報)와 3개의 잡지를 발행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가디언은 홍콩연락사무소의 위협과 장기간의 배후 활동으로 인해 현재 홍콩의 출판, 발행 업계의 면모가 이미 달라져, 중국 금서의 출판을 희망하거나 실행할 수 있는 서점은 몇 곳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NTD 뉴스 장톈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