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영화·음악계 총망라, 장쩌민파 문예인은 제외
– 담화문 1년 만에 공개, 왜? “선전부 주도권 다툼 때문”
[앵커] 지난해 10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문화예술계 주요인사 72명을 비상소집해 문화예술사업 좌담회를 열었습니다. 그러나 관영 매체는 1년이 지난 지금에야 시 주석의 담화문 전문을 공개했습니다. 이 전문에서는 현 중국 문화예술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심각한 상황을 나열했는데요. 1년이 지난 지금 공개하게 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기자] 지난해 10월 15일 전국 문화예술사업(文藝工作) 좌담회가 개최됐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모임은 시진핑 주석이 직접 제의해 열렸습니다. 준비 기간만 반년이 걸렸고 규정과 조건도 까다로웠습니다. 참석자들은 모임 하루 이틀 전에야 긴급통지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만 1년이 지난 최근, 당시 시진핑이 모임에서 발표했던 담화문 전문이 공개됐습니다. 중국공산당 18기 5중전회가 열흘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더욱 주목되는 일입니다.
[성쉐(盛雪), 중국 반체제 작가, 캐나다로 망명]
“당시에는 분명히 표면화되지 않았던 어떤 정치 세력이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했겠지요.”
중국 평론가 리산젠(李善鑒)은 시진핑의 담화문 공개가 늦춰진 것은 중공 선전부를 주관하는 장쩌민파 류윈산(劉山所)의 방해 때문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른 측면으로 보면, 이는 최근 류윈산의 영향력이 현저하게 약해졌음을 나타내기도 한다는 겁니다. 예를 들면, 최근 류윈산 아들 류러페이(劉樂飛)의 중국 증시폭락에 개입 가능성과 가족을 둘러싼 좋지 못한 소문 등이 있습니다. 류윈산에게는 큰 타격입니다.
[리산젠, 중국 평론가]
“또 다른 측면에서는 시진핑은 자신의 담화문 공개가 저지됐음을 알고 있었다고 보는 게 타당합니다. 이번에 시진핑이 담화문을 공개한 것은 선전부에게 제대로 반격을 해 냈다고도 이해됩니다. 중공의 문화·선전부서의 통제력을 둘러싼 투쟁에서 선전포고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인민일보(人民日報) 문화부 위챗공식계정(公衆號)은 지난해 좌담회 이틀 후, 참석자 전체명단을 공개했습니다. 좌담회 참석자는 총 72명으로 작가협회·영화협회·음악가·서예협회 회원들로서 중국 문화예술계 주요인사 대부분이 포함됐습니다. 장쩌민 집권 기간 장쩌민파에 합류했던 민요가수 쑹주잉(宋祖英), 코미디언 자오번산(趙本山)은 명단에 없었고, 영화감독 장이머우(張藝謨), 영화배우 청룽(成龍), 가수 리솽장(李雙江)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리산젠, 중국 평론가]: “(장쩌민파 문화예술인을 제외한 것은) 류윈산, 리창춘(李長春), 장쩌민(江澤民) 계파가 최근 몇 년간 벌여온 문화예술사업에 대해 부정(否定)입니다. 방향성에서부터 표현은 물론 정신적인 면에서도 그들의 방식을 전면적으로 명확히 부정했습니다. 좀 더 확대해석하면, 그들을 문화예술을 어지럽힌 주범으로 여긴 겁니다.”
좌담회에서 시진핑은 모방표절·저속범람·경박·허영·가치관결여·상업주의·배금주의·알랑거림 등 현 문화예술계의 8가지 부정적인 현상을 열거하고 비판했습니다.
시진핑은 “저속은 통속이 아니고, 욕망은 희망을 대표하지 않는다”면서 “문화예술은 시장경제의 물결 속에서 방향을 잃어서는 안 된다. 어떤 이는 가치관이 부족하고, 선악을 가리지 않으며, 최저한의 행위규범도 없는 등의 문제가 두드러졌다”고 지적했습니다.
[화포(華頗), 베이징 정계 관측통] “문화예술계의 부패가 심각하다. 문화예술계의 어떤 현상을 지적하면 사람들은 제각각 자기 상황에 따라 발언하게 된다. 자오번산의 제자는 자오번산이 물러나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하기도 했다. 이밖에 문화예술계에는 많은 소문이 있는데 아마 문화예술계에서 큰 인물을 잡아낼 것 같다. 권력자에게 빌붙은 인물일 것이다.”
리산젠은 문화예술계의 부패는 중공의 통치,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장쩌민의 부패치국(腐败治国·부패로 충성을 받아 출세시키는 국가통치) 하에서 나타난 현상이며, 사회의 풍조에 영향이 강하다고 했습니다. 또 중공이 중화민족 문화를 불태우는 것에 대한 또 한 번의 부채질로서 나쁜 작용이 크다고 했습니다.
작가 성쉐는 문예계 또는 문화예술영역의 부패는 중국·북한 같은 독재국가 특유의 현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성쉐, 작가]
“민주국가인 미국·캐나다·호주에서는 정부가 문화예술영역에 관여하지 않는다. 또 정부가 급여·지원금·직위 등 이익을 직접 배분하는 방식으로 사람을 통제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이런 영역은 민주 국가에서는 가장 자유로운 영역이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정반대로 이런 영역을 정권에서 공급, 통제하는데, 국민의 혈세로 엄청난 인원을 먹여 살리고 있다.”
한 매체는 중국 중앙텔레비전(CCTV) 방송화면에서 시진핑이 담화문을 낭독할 때 한쪽에 앉아 있던 류윈산의 표정이 아주 나빴다고 보도했습니다.
NTD뉴스 천한, 왕즈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