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약(藥)학자 투유유(屠呦呦)가 중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노벨 의학상 수상자가 됐는데요, 이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 학계에서는 적지 않은 개탄의 목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투유유가 국내에서는 인정 받지 못하고 중국 과학원 원사 선정에서 여러 차례 고배를 마시는 등 장장 44년 동안 홀시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삼무(三無)학자가 마침내 세계로부터 인정을 받자 그녀의 수상과 탈락에 영향을 미치는 문화적, 정치적 요소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일고 있습니다.
2015년 노벨 생리학·의학상 수상자로 중국 약학자 투유유와 미국, 일본의 두 과학자가 선정됐습니다. 투유유는 첫 번째 중국인 수상자이기도 합니다.
올해 84세인 투유유는 중국에서 삼무학자로 불리는데요, 그는 박사학위가 없고, 해외유학을 하지 않았고, 중국 양원(兩院, 중국과학원과 중국공정원)의 원사(院士) 칭호를 얻지 못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투유유는 중국과학원 원사 선정 과정에서 수 차례 탈락한 바 있습니다.
자료에 의하면 투유유는 1930년 12월 30일 저장성(浙江省) 닝보시(寧波市)에서 출생했습니다. 그녀는 중국 중의(中醫)연구원 종신연구원이며 칭하오쑤(靑蒿素, 아르테미시닌) 연구개발센터 책임자입니다. 2011년 그녀는 노벨상의 등용문으로 불리는 래스커상(Lasker Award)을 수상했는데요, 이 역시 중국인으로는 첫 번째로 수상한 것이었습니다.
[천옌링(陳彥玲), 타이완 심리교육학 박사]
“그녀의 성취, 그 과정에서 육성된 정신지표, 그녀가 개발해낸 물질의 가치는 인류의 모든 진보를 이끌어온 위대함을 갖추고 있습니다. 심한 압박과 외면의 환경을 선량함으로 대하고 어떤 곤란 앞에서도 굴하지 않는 인내의 정신은 그녀가 개발해낸 물질과 함께 결국 사람들의 인정을 받게 된 것입니다.”
190여 차례 실패를 거친 후 1971년 10월 4일, 투유유는 거훙(葛洪, 동진시대 의학가)의 주후비급방(肘後備急方)에서 영감을 얻어 개똥쑥으로부터 칭하오쑤를 추출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물질은 설치류와 원숭이의 말라리아 기생충에 대해 100%의 억제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후나이원(胡乃文), 중의사]
“개똥쑥으로 말라리아를 치료하는 건 약 천 여 년 전의 고대부터 있었습니다. 이렇게 보면 중국 의약이나 중국 본토의 이런 고대 처방에서 중의학의 지혜를 발견할 수 있는데, 현재의 모든 서양 의학을 이끌 수도 있고 그들을 더욱 발전시킬 수도 있습니다. 애석한 건 현대인들이 일반적으로 고대 중국 의학의 지혜를 간과하고 있다는 겁니다.”
[천옌링, 타이완 심리교육학 박사]
“결국 그녀는 이 시대의 우리에게 아주 중요하고 핵심적인 문제를 알려줬습니다. 현재 과학 기술계가 매우 발달해 있다고 모두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 늘 과거로 돌아가 중화 5천 년 문명에서 길을 찾고 있습니다.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자유로운 국외에 있기 때문입니다. ”
한편 ‘3무학자’ 투유유가 노벨상을 수상하게 되자 외부 세계에서는 중국의 학술평가 시스템에 관해 논란이 일었습니다.
도이체 벨레는 수상 과학자가 축하를 받아야 하지만, 노벨상 수상이 중국인에게 돌아갔다고 해서 중국의 부패한 과학연구 시스템을 은폐하는 것은 절대 아니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중공이 통치한 60년 동안 세계 인구의 1/4을 차지하는 중국인은 인류의 과학기술과 문화 발전에 기여를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정치적 탄압에 대해서도 전혀 반성하지 않았다고 논평했습니다. 투유유가 칭하오쑤를 개발한 당시 수천 수만에 이르는 과학자, 교수, 작가가 잔인무도한 탄압을 받았고, 그녀의 남편도 오칠간부학교(五七幹校)에 압송돼 노동개조를 당했습니다.
도이체 벨레는 또 중국의 교육 시스템 역시 단일한 이데올로기 세뇌로 개인의 창의력을 억압하여, 수많은 과학적 상상력을 싹부터 말살시키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중국 과학계도 체제의 부패로 인해 대량의 인류 자원을 낭비하면서 평범한 성과를 내는데 그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사실 앞서 지난 2011년 8월, 베이징대학 생명과학원 전 원장 라오이(饒毅)는 투유유와 더불어 항암 약물을 발견하는데 중요한 공헌을 한 과학자 장팅둥(張亭棟)에 대해 글속에서 언급한 바 있습니다. 라오이는 중국이 국내에서 걸출한 성과를 내고도 적절한 인정을 받지 못한 과학자들을 중시하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튜유유의 이름은 시경(詩經) 소아(小雅)편 녹명(鹿鳴)의 유유녹명 시야지평(呦呦鹿鳴 食野之蘋)에서 따온 것입니다. ‘평’은 쑥이라는 식물을 뜻합니다. 마치 그녀의 이름과 쑥이 분리될 수 없는 인연인 것 같습니다. 84세인 그녀는 지금도 중국 양원의 원사가 아닙니다. 따라서 그녀의 수상과 탈락에 영향을 미치는 문화적, 정치적 요소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일고 있습니다.
NTD 뉴스 천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