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취임연설’…개혁 대신 꼼수?(한)


▲11월 15일, 중국 공산당 총서기 직에 오른 시진핑이 기자회견에서 첫 대국민 연설을 했다.

[www.ntdtv.com 2012-11-17]

15일 오전 시진핑(習近平) 등 7명의 중국 제5세대 지도자들이 처음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단체로 모습을 드러냈다.

연단에 오른 시진핑은 내외신 기자들 앞에서 자신을 포함한 7명의 상무위원을 차례로 소개한 후 중국 공산당 총서기 신분으로 첫 대국민 연설을 했다.

짙은 검정색 양복을 입고 빨간색 넥타이를 맨 시진핑은 편안한 모습이었다. 시진핑은 “우리의 책임은 전당과 전 인민을 이끌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위해 계속 노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자부심을 가질 이유가 있지만 자만해서는 안 된다. 우리 당은 많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당내에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특히 일부 당 간부들 사이에서는 탐오부패, 군중이탈, 형식주의, 관료주의 등 문제가 존재한다.”고 시인하면서 “반드시 큰 노력을 들여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진핑은 또한 민생개선을 약속했다. 그는 “더 나은 교육, 더 안정된 일자리, 더 높은 소득, 더 믿을 수 있는 사회보장, 더 높은 수준의 의료 서비스, 더 편안한 거주, 더 아름다운 환경을 마련해 후손들이 잘 성장하고 일하며 개선된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시진핑의 ‘취임식 연설’은 5년 전 제17차 당대회에서 후진타오 주석이 했던 연설과 비교해 봤을 때 확연히 다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진핑은 덩샤오핑(鄧小平) 이론, 3개 대표론과 과학적 발전관 등 전임지도자들의 정치구호를 배제했으며 난해한 공산당 정치 용어도 최대한으로 줄였다.

그동안 공산당 관리들의 상투적인 발언에 진절머리 났던 네티즌과 전문가들은 이날 시진핑의 연설에 실속 있고 친서민적이라며 호평을 했다.

홍콩문중대학에서 중국 매체를 연구하고 있는 첸강(錢鋼)주임은 시진핑이 “중국특색사회주의라는 단어를 빼고는 과장되거나 빈말, 혐오감을 주는 단어들을 모두 언급하지 않았다.”며 “그는 인간다운 말을 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날 연설에서 정치개혁이나 민주 등 단어는 전혀 언급되지 않아 그도 전임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지도자일 뿐이라는 혹평도 나오고 있다.

광둥성 산터우(汕頭)대학의 객원 교수 젠헝(鑒恒)은 웨이보에서 “시진핑의 연설에서 당이란 단어는 20회, 인민은 19회, 책임은 10회, 문제는 3회 사용됐다. 반면, 법률 헌법 법치 민주 자유 등 단어는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사실상 공산당 간부들의 권력을 감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정치개혁이나 법치 강화를 위한 최소한의 변화도 없다면 시진핑이 약속한 부패척결이나 민생개선은 불가능하다. 시진핑의 참신한 연설은 공산당에 친근감을 가지도록 계산된 발언이라는 점이 문제다.

제18차 당 대회 기간인 지난 11일 천바오성(陳保生) 중앙당교 부교장은 인민일보와 인터뷰에서 “정치 용어와 생활 용어가 접근해야만 정부와 국민의 인식이 통일될 수 있다.”며 사상공작 방식을 바꾸고 공산당 언어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빈부격차와 환경오염, 경제후퇴, 도덕성 타락 등 각종 위기에 직면했으며 공산당 내부에서는 1989년 천안문사건 이후 최대 분열이 일어났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시진핑의 ‘취임연설’은 정치개혁을 통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대신 국민에 대한 ‘사상공작’으로 승부하겠다는 새 지도부의 꼼수를 드러냈다.

현재 시진핑은 중국 공산당 체제 한계 때문에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정치개혁을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날 시진핑 총서기는 후진타오 전 총서기와 마찬가지로 18분짜리 연설이 끝나자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곧바로 퇴장했다.

NTDTV Korea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