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열의 매의 눈] 한중합작 <임진왜란 1592>

 

 

23일 종영한 <임진왜란 1952>은 공영방송 KBS와 중국 CCTV 합작으로 제작된 다큐드라마다.

 

임진왜란은 한국에서 지금까지 유명 연출자들의 손을 거쳐 영화와 드라마로 여러 차례 다뤄졌다.

 

주로 이순신 장군의 일생을 초점으로 충효의 가치를 되새기는 한편, 외세의 침입에 소극 대처했던 조선왕실을 비판하는 시각이 많았다. 이순신 장군에 대한 한국인의 자부심도 엿보였다.

 

그런데 이번 <임진왜란 1952> 5부작은 좀 달랐다. ‘난중일기’ 외에도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주인장(명령서)’, ‘명실록’ 등 일본과 중국의 사료를 기반으로 ‘임진왜란’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온전히 보여주려 했다.

 

제작진은 특히 일본 내 상황을 보여주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거의 한 회 분량을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임진왜란을 일으키기까지 과정을 사실주의적으로 그렸다. 새로운 시도에 히데요시로 분한 배우 김응수의 열연이 더해지면서 시청자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런데 여기까지만 봐서는 CCTV에서 합작한 이유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번 <임진왜란 1592> “2년 전 한류 열풍을 타고, 드라마·예능 등 많은 프로그램들에 대한 한중 합작이 이뤄질 때 자연스럽게 기획”된 것으로 알려졌다.

 

CCTV는 단순한 방송사가 아니다. 중국공산당의 선전기구이자 정치기관이다. 중국, 더 정확하게는 중국 공산당의 입장을 대변하고 정치적 이익을 최우선시 한다.

 

그렇다면 CCTV가 <임진왜란 1592>를 KBS와 합작한 것은 당의 정치선전과 무관하지 않을 것임을 추측할 수 있다. 

 

드라마 합작이 기획된 2014년은 중국이 남중국해에 인공섬을 건설하며 영토분쟁을 통해 미국과 동아시아 패권 경쟁을 가열시키던 시기다.

 

그런 상황에서 ‘명(중국)과 조선(한국)이 손잡고 일본을 몰아낸’ 임진왜란은 매혹적인 소재였을 것이다. 즉 CCTV와 그 배후의 중국 공산당은 “한국과 중국이 다시 한 번 힘을 합쳐 아시아에서 일본을 몰아내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이는 드라마 최종회인 5회의 말미에서 “임진왜란이 동아시아에 준 영향은 아직 유효하다”라는 인용구에서 명확히 강조된다. CCTV의 입장에서 이번 드라마의 궁극적 목표는 일본을 동아시아 권역에서 공적(公敵)으로 만드는 것이다.

 

CCTV에서 이 드라마를 오는 10월말 장정(長征) 승리 80주년을 기념하며 방송하기로 한 것도 민족감정을 자극해 반일정서를 고취시키려는 정치적 의도가 읽히는 부분이다.

 

동시에, CCTV가 한국 방송사와 합작드라마 형태를 통해, 중국 공산당의 정치선전을 한국 사회와 대중문화에 은연중에 스며들게 하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감도 갖게 만든다.

 

물론 한국과 중국의 협력에 대해 반대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임진왜란을 가치관의 충돌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CCTV가 드라마 <임진왜란 1592>을 통해 그려내려는 ‘중국(중공)과 한국의 합작’은 모순적이다.


왜냐하면 임진왜란 당시 명나라와 조선은 같은 전통적 가치(유·불·도)를 공유한 동맹국이었고, 일본은 이러한 문명을 위협하는 존재였다. 명나라가 조선을 도운 것은 공동의 가치관을 수호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오늘날 중국은 중국의 전통적 가치를 부정하는 공산당이 수립한 나라다. 게다가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이므로 중국 공산당이야말로 한국에 가장 큰 위협이다.

 

현재 중국은 극심한 사회변동을 겪고 있다. 현 중국 지도부인 시진핑 정부는 중국을 전통문화(유·불·도 사상)를 기반으로 문화 복원을 추진하고 있는 반면, 창당 이후 전통문화를 계속 반대·파괴해온 중국 공산당의 기득권 세력은 시진핑 정부의 개혁에 반발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임진왜란 1592> 합작은 중국 내부의 권력다툼이 한국으로 확산된 양상으로까지 풀이된다. 다시 말해 중국 공산당은 CCTV를 내세워 한국 방송사와 합작형태로 한국과 한국인을 대상으로 문화적 전쟁을 걸어온 셈이다. 자국에서는 한류 드라마를 내몰고, 한국에서는 대중 저변에 대한 문화적 공세를 펴고 있다. 한국으로서는 정신 바짝 차려야 할 때다.

 

NTD 코리아 최창열 중국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