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 중국 항저우 G20 이브닝 쇼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의 한 장면.

 

중국 항저우 G20 축하 이브닝 쇼의 총감독은 장예모 감독이다. 장예모 감독은 중국 공산당 체제에서 육성된 감독으로서, 중국의 대형 행사에서 자주 예술 총감독으로 등장하곤 한다. 서구사회에 널리 알려졌듯이 장예모 감독의 예술적 감각이 정말 탁월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물 위에서의 중국 전통극. 항저우가 물의 도시임이 확연히 느껴진다.

 

이번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G20 축하 이브닝 쇼를 보면서 많은 이들이 이런 아쉬움을 느꼈다고 한다. 물의 도시 항저우를 상징하기 위해 무대에 물을 잔잔하게 깔아서, 모든 공연이 물위에서 이루어지게 한 것은 진정 항저우의 분위기를 물씬 느끼게 하는 설정이었다. 무용수와 연주자, 전통극 배우들의 기예도 역시 수많은 중국인 중에서 뽑힌 사람들답게 매우 훌륭했다.

 

 고대의 사랑이야기를 현대 무용으로 표현해서인지 어색한 느낌이 강하다.

 

공연은 비파 독주, 농촌 여인들의 군무, 중국 전통극 양산백과 추영대(중국판 로미오와 줄리엣), “고산유수”와 태극권,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 드뷔시의 ‘월광’, 애국음악과 애당음악, 그리고 마지막으로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로 막을 내린다. 대국답게 곳곳에서 정말 많은 무용수가 나와 출중한 군무를 추었다. 조명과 무대 장치도 최고급이었고 마지막의 불꽃놀이도 매우 화려했다. 진정 중국 무대의 하드웨어는 대단한 수준이었다. 

 

발레 공연을 물 위에서 하는 바람에, 미묘하고 아름다운 발 동작이 사라져 버린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런 전체적 흐름이 예술적으로 무슨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그다지 명확하지가 않다. 마지막에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 연주에 맞추어 물을 뿜어댄 인간 분수는, 음악에 맞추어 시원하게 물을 뿜어 올리는 음악 분수의 느낌이 아니라, 너무 많은 수의 사람들이 강렬한 동작으로 물을 퍼서 허공에 뿌리는 바람에 그다지 편안한 느낌을 주지 못했다.

 

농촌 여인들의 군무. 정말 많은 인원이 동원되었다.

 

사실 곳곳에 등장한 무용수들의 군무는 발레 군무를 빼고는 마치 북한의 체제 선전극을 보는 느낌마저 주었다. 또한 역사적 고증이나 상황에 전혀 맞지 않는 설정도 있었다. 고산유수(高山流水)는 2천 여 년 전 유백아와 종자기의 고사를 빗대는 4자 성어로서 지음(知音​)의 친구를 칭송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 연주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것은 꽤 박력있고 날카롭게 시연하는 태극권 군무였다. 태극권이 왜 그렇게 날카롭고 박력있게 시연됐는가는 차치하고서라도 고산유수와 태극권 사이의 내포적 공통분모를 찾기란 쉽지 않다.

 

현대 중국 예술계는 사실, 장르의 형식과 내포를 균형 있게 추구하기 보다는, 내포와는 상관 없이 외적 화려함의 모자이크를 만드는데 주력하는 느낌이다. 중국에서 예술 활동을 하려면, 예술에 대한 공산당의 입장을 반영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중국은 언론과 예술의 표현이 당의 눈치를 많이 봐야 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공산당의 이런 영향력 때문에, 중국에서 동서양 전통예술은 외적 형식은 중시되지만 내적 의미는 거꾸로 배척되는 듯한 느낌을 강하게 준다.

 

각국 요인들에게 이브닝 쇼는 큰 어필을 하지 못한 듯 하다.

 

어쩌면 장예모 감독 뿐 아니라 많은 예술인들의 표현 의지를 약화시키거나 좌절시켰을지 모르는 이런 환경을 바라보는 우리는 매우 큰 안타까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중국 예술인들의 천재성이 한껏 발휘되는 모습을 언제나 볼 수 있을는지.

 

NTD 코리아 뉴미디어팀 최창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