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왕바오창(왼쪽)과 아내 마룽 (인터넷 사진)
농민공 성공 신화 무너져 사회적 허탈감 확산
중공 당국, 사회 불만으로 이어질까 수습에 급급
지금 중국은 한 영화배우의 아내 외도사실 공개로 온 나라가 들썩거리고 있습니다.
중국판 ‘런닝맨’에 출연해 인기를 얻은 배우 왕바오창(王寶强·32)이 그 주인공인데요.
중국 최대 검색포털 바이두에서 12년 만에 올림픽에서 우승한 중국 여자배구보다 더 많이 검색되고 있을 정도입니다.
그의 사연이 중국 사회에서 이토록 큰 파문을 일으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왕바오창은 허베이(河北)성 싱타이(邢台)시의 가난한 농촌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머니가 한 언론에 밝힌 바에 따르면, 한 번도 자기 옷을 가져 본 적이 없었고 전부 형과 누나의 옷을 물려받아 입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궁핍한 환경 속에서 그는 배우 이연걸 주연의 영화 ‘소림사’를 보고 어려서부터 궁푸스타의 꿈을 키웠습니다.
8세부터 소림사에서 무술 수련을 하다가, 스무 살 무렵 막연한 성공 꿈꾸며 베이징으로 상경해, 무술영화 단역과 공사판 인부를 오가며 최하층민인 ‘농민공(農民工)’ 생활을 했습니다.
그러다 2003년 독립영화 ‘맹징(盲井)’의 주연을 맡은 것을 계기로, 이듬해 세계적 거장 펑사오강(馮小剛) 감독의 눈에 들어 영화 ‘천하무적’에 조연으로 출연해 스타로 발돋움했습니다. 이 영화로 남우조연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스타가 된 후에도 왕바오창은 늘 바보처럼 순진한 모습을 잃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KBS 예능 프로그램 ‘1박2일’에서 한결같이 순박한 캐릭터로 사랑을 받는 가수 김종민과 비슷합니다.
그런 왕바오창의 모습은 어려운 처지의 중국 서민들에게 적잖은 위안이 되었습니다.
힘든 날을 참고 노력하다보면 언젠가 나도 그처럼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이 되었던 겁니다.
중국공산당 당국 입장에서도 왕바오창은 체제 선전에 도움이 되는 인물이었습니다.
다수의 영화와 드라마에서 농민 출신 군인으로 출연, 당에 충성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었습니다.
특히 왕바오창은 지난 2009년 미녀 탤런트 마룽(馬蓉·30)과 결혼해, 밑바닥 출신으로 자수성가해 부와 명성 그리고 미녀까지 얻은 인물로 중국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런 그가 사랑하던 아내의 배신으로 재산을 모두 잃고 빈털터리가 된 모습은 중국인들에게 단지 한 연예인의 몰락이 아닌 농민공 신화, 그 자체가 깨진 것 같은 충격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왕바오창에게도 잘못이 있는 것으로 보여지지만,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중국 여론이 그에게 동정적인 이유입니다.
한편, 중공 당국은 왕바오창 아내의 외도 동영상이 유출되자마자 차단하는 등 사회적 파문을 최소화하는데 급급한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