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민법총칙을 제정하기로 했습니다.
인민일보 등 중국 관영매체는 28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가 민법총칙 초안 심의에 들어갔다”고 보도했습니다. 전인대는 우리나라의 국회에 해당하는 중국의 입법기관입니다.
민법은 개인 간의 권리와 의무를 규율하는 사법(私法)의 대표적인 법인데요. 개인의 사적인 영역에서 빚어지는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위한 법입니다.
그동안 중국은 사회주의 이념을 기반으로 한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된 1949년부터 민법을 폐기해 지금까지 민법이 단일한 법률로 존재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다만 1986년 민법통칙을 시행했지만, 사회주의적인 요소가 많아 일반적인 국가의 민법과는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현 중국 정부인 시진핑 정부가 의법치국(依法治國) 즉 법치주의 확립을 표방하면서 이번에 민법총칙을 새로이 도입하기로 한 겁니다.
시진핑 정부는 이번 전인대 상무위원회 심의를 거쳐 내년 봄 전인대 전체회의에서 민법총칙을 확립해 오는 2020년까지 개별 법률을 통합한 민법전을 완성하겠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입법 심의에 들어간 이번 민법총칙을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태아의 권리를 인정했습니다.
초안 16조 규정에 따르면, 유산 상속 등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태아의 권리가 있다고 본 겁니다. 지금까지 중국은 태아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참고로 우리나라 민법에서는 태아의 상속권과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민사행위능력의 제한연령을 현행 만 10세 미만에서 만 6세 미만으로 낮췄습니다. 경제발전과 교육수준 향상에 따라, 미성년자의 민사활동 폭을 넓힌 것으로 분석됩니다.
법인을 목적에 따라 영리 법인과 비영리 법인 두 가지로 나눈다는 조항도 생겼습니다.
비영리 법인은 공익을 목적으로 한 법인인데요, 설립자나 구성원에게 이윤배당을 하지 못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중국 공공기관에 만연된 부패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온라인 가상 재산과 데이터 정보를 재산권에 포함시키기로 한 부분도 눈에 띕니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지적재산권에 따른 분쟁과 IT산업 발전을 위한 법적 조항을 마련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환경파괴에 대한 책임도 강화했습니다.
중국 민법총칙 초안 160조에서는 환경 파괴에 따른 민사책임 범위에 원상복구와 생태환경 복구를 명시했습니다.
그동안 중국은 환경 파괴가 심각하지만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논란이 많았는데 이번 조항 삽입으로 벌금만 내고 대충 넘어가기 어렵게 됐습니다.
시진핑 정부는 지난해 5월 법원의 사건 접수제도를 심사제에서 등록제로 변경해 법원의 문턱을 낮추고 판결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제도개혁을 실시한 바 있습니다.
이번에 민법총칙 제정을 예고함으로써 법치확립을 중국 사회 전반으로 넓혀가려 한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NTD 코리아 남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