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쩌민이 글을 남긴 대형 기념석이 자연적으로 두 동강 났다. (사진=인터넷)
중국에서 장쩌민(江澤民) 전 중국공산당 총서기가 쓴 대형 기념석이 파손된 사건이 발생해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습니다.
지난달 29일 푸젠성 지역방송국인 샤먼방송은 다수의 목격자를 인용해 이날 오전 지메이대교 부근 도로변에 세워진 ‘지메이대교’ 라고 새겨진 대형 기념석이 두 동강 난 채 받침대에서 도로 위로 떨어져 차선을 가로막아 출근길 교통정체를 심화시켰다고 보도했습니다.
후속보도에 따르면, 비석이 부러진 시각은 이날 오전 3~4시경으로 추정됐습니다. 중국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지메이대교 최대풍속은 1.9m/s, 풍력은 2급으로 비석이 부러질 정도는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메이대교는 지메이 바닷길에서 샤먼 북부역을 연결하며 2007년 8월 건설을 시작해 2008년 정식 개통됐으며, 이후 장쩌민의 친필 기념석이 대교 양단에 세워졌습니다.
관계당국은 사고현장을 조사한 후 무게 10t에 이르는 화강암 기념석이 인력이나 교통사고, 바람에 밀려 받침대에서 떨어지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자연적으로 부러져 떨어진 것으로 1차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소식은 중국디지털타임스 등 해외에 서버를 둔 중국어 매체를 통해 확산되며 중국 네티즌들로부터 “기이한 일”이라는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특히 풍수나 징조를 중요하게 여기는 중국사회 특성상, 장쩌민의 신병에 곧 큰 이상이 생길 것이라는 조짐이라는 해석도 제기됐습니다.
아이디 ‘선언건행’은 “그 비석은 큰 암석으로 만든 것이다. 갈라졌다는 건 참 불가사의한 일”이라며 놀라워했고, 아이디 ‘옌궁허의 물고기’는 “하늘의 뜻은 거역할 수 없다”, ‘자유자재’는 “세 글자 이름을 가진 그 사람이 넘어졌다는 뜻이 포함됐다”는 의미심장한 댓글을 남겼습니다.
논란이 확산되자 중국의 신문·출판·방송·인터넷 분야를 총괄하는 중공 중앙선전부는 부랴부랴 정치적 루머 확산을 경계하라는 내용의 긴급통지문을 각 인터넷 포탈업체에 하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장쩌민은 집권시절은 물론 퇴임 후에도 중국 곳곳에 자신의 기념비를 남겼습니다. 권력을 과시하기 좋아했던 성격 때문입니다. 그러나 시진핑 정부가 ‘장쩌민 지우기’에 나서면서, 이런 기념비는 오히려 장쩌민의 몰락을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물로 전락했습니다. 기념비가 철거되거나 옮겨질 때마다 그만큼 장쩌민과 그 추종세력이 쇠퇴했다는 겁니다.
특히 지난해 8월 베이징의 중앙당교 정문 앞에 세워졌던 장쩌민의 친필 비석이 철거된 사건은 중국 공산당 내부에서 적잖은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홍콩 시사잡지 동향은 중앙당교 비석 철거 후 지방정부기관 수십 곳으로부터 중앙정부에 “무슨 일이 생겼나, 앞으로 어떻게 처신해야 하나”라는 문의가 쇄도했으며, 심지어 리창춘, 마이칭린, 쩡칭훙, 우관정 등 퇴직원로들까지 문의할 정도였다고 보도했습니다.
시사평론가 탕징위안은 “중국에서는 ‘정치적 언어’가 특수하고 민감하다. 장쩌민의 모습이 언론에 등장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장쩌민이 남긴 기념비는 장쩌민 본인의 상징이 됐다. 대중은 이러한 기념비의 운명을 장쩌민의 운명과 동일시하고 있다”고 논평했습니다.
한편, 장쩌민파의 영향력이 강한 중공 중앙선전부에서 이번 소식과 관련해 보도 통제에 들어갔다는 상황은 이번 소식이 장쩌민파에 불리하다는 방증입니다. 전국 장쩌민파의 사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NTD뉴스 친루이핑(秦端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