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서기는 공산당 조직의 중추다. 정부가 집행기관이라면 당조직은 감독기관이다.
중국은 중앙정부에서부터 지방정부 성·시·현·진(촌)은 물론 크고 작은 기업체까지 모두 공산당위원회가 설치됐다. 이 위원회의 수장이 바로 당서기다. 즉 당서기는 공산당이 중국을 통치하는 핵심기구다.
명목상 최고자리는 국가주석이지만, 실질적인 권력은 공산당 당서기가 강하다. 허나 군사력이 없다면 절름발이 권력이 되므로, 중공 당서기는 중앙군사위 주석을 겸직한다. 이는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마오쩌둥의 통치이념에 따른 것이다. 마찬가지로 시 당서기는 시장보다 높고, 성 당서기가 성장보다 높다.
지난 7월 저우번순(周本順·62) 허베이(河北)성 당서기가 현직 당서기로는 최초로 낙마했다.
현직 당서기의 낙마소식은 중국안팎에서 적지않은 반향을 일으켰다. 국내언론은 시진핑 주석이 부패척결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홍콩언론은 “저우번순이 저우융캉 전 중앙정법위 서기에 연루됐기 때문”이라며 정치투쟁을 강조했다.
최근 시진핑 정부의 행보를 보면 장쩌민파 부패관료에 대해 집중하고 있음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시진핑은 2012년 3월 보시라이를 시작으로 2014년 쉬차이허우, 저우융캉에 이어 링지화까지 장쩌민 계파 핵심인물을 숙청했다.
또한 시진핑 지도부 출범 이후 기율위반혐의로 조사나 처분을 받은 공산당 중앙위원회 중앙위원 장제민, 리둥성, 양진산, 링지화에 이어 저우번순까지 모두 장쩌민파 인물이었다.
이러한 정국운영의 방향성은 중기위(중공 사정·감찰 총괄기구)의 인터넷 방송에서도 잘 나타난다. 방송에 출연한 요우취안(尤權) 푸젠(福建)성 당서기는 반부패와 관련 “사람이 많다고 봐줄 순 없다. 나쁜 전례를 남겨서 되겠나. 음식을 사람 봐가면서 내놔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음식을 사람 봐가면서 내놓는다”(看人下菜碟兒·칸런샤차이디알)는 표현은 고전소설 홍루몽의 한 대목에서 유래된 성어다. 사람에 대한 차별을 꼬집을 때 종종 쓰인다.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했으니 우리식으로 하면 “고위직이라도 특별대우는 없다”고 선언한 셈이다.
여기서 특별대우는 낙마한 저우번순 전 허베이 당서기를 염두에 둔 표현으로 읽힌다. 고위층이라고 예외는 없다는 이야기다. 또 “사람이 많다고 봐줄 수 없다”는 말은 장쩌민파 인물이 많더라도 모두 숙청하겠다는 방침으로 풀이된다.
중기위는 홈페이지에는 이밖에도 기관장급 고위 공직자 40여명의 대담형식의 인터뷰 영상이 실렸는데, 이는 이들의 입을 통해 중국사회 특히 공직사회에 정국운영에 관한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
저우번순 전 당서기가 특권을 이용 부정부패를 일삼아서 장쩌민 부패치국의 전형적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요우취안 푸젠성 당서기는 원칙을 강조하는 시진핑 정부의 통치이념을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NTD 남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