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라는 속담이 늘 들어맞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중국 부패사범들에게만은 예외없이 적중한다.
중국의 민요가수 쑹주잉(宋祖英) 해군정치부가무단 단장이 지난해 비리혐의로 당국의 조사를 받았다는 소문이 사실임을 뒷받침하는 내용이 공개됐다.
쑹주잉은 2002년 호주 시드니, 2003년 오스트리아 빈, 2006년 미국 워싱턴DC에서 개인 콘서트를 개최하는 과정에서 군 예산을 무단으로 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근 홍콩에서 발간된 책 ‘암호랑이 쑹주잉’(母老虎 宋祖英)에 따르면 쑹주잉이 약담(约谈·문책성 소환조사 및 교육)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왕치산 중기위 서기가 직접 조사자로 나섰으며 옆 방에서는 시진핑 주석이 폐쇄회로 화면을 통해 지켜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암호랑이(母老虎·무라오후)는 원래 ‘성질 사나운 여자’를 비유하는 말이지만, 부패 고위층을 일컫는 ‘큰 호랑이’(老虎)와 맞물려 부패한 여성 고위층으로도 읽힌다. 장쩌민 전 주석을 등에 업고 중국 문화계에서 사납게 군림해온 쑹주잉에 걸맞는 표현이다.
책에서는 2014년 5월초 시진핑의 지시를 받은 왕치산이 당시 베이징 301군병원에 입원 중이던 쉬차이허우(徐才厚·전 군사위 부주석)을 심문했으며, 쉬차이허우는 군 예산을 유용해 쑹주잉의 개인 콘서트를 후원했음을 실토했다고 전했다.
같은달 18일 오후 해군정치부가무단(이하 가무단) 쑹주잉 단장의 사무실로 검은 양복차림의 남성 2명이 찾아왔다. 자신을 중기위 조사원이라고 밝힌 이들은 약담영장을 제시했고, 체념한 쑹주잉은 별다른 저항없이 검은색 아우디 차량에 탑승했다.
이어 쑹주잉은 베이징 창핑(昌平)구의 안가로 연행됐으며, 왕치산이 직접 약담에 나섰다. 쑹주잉은 왕치산이 모습을 드러내자 크게 놀란 것으로 알려졌다.
왕치산은 쉬차이허우의 횡령혐의에 대해 쑹주잉을 대질심문했고, 쑹주잉은 대부분의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자세한 내용은 파악하고 있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당시 시진핑은 옆방에서 폐쇄회로 화면을 통해 쑹주잉에 대한 심문과정을 지켜봤다.
1991년 중국 CCTV 최대 버라이어티쇼인 ‘춘완’(春晩) 무대에서 장쩌민의 눈에 들어 가무단에 편입되고 24년간 승승장구했던 쑹주잉의 지위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2013년 시진핑 정부 출범이후부터다. 지난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춘완(春节联欢晚会) 캐스팅에서 제외됐고 몇달후 중국 온라인에는 쑹주잉이 비리에 연루됐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쑹주잉은 뛰어난 가창력과 미모로 인기를 누렸지만, 정권에 대한 지나친 미화와 권력층에 대한 노골적인 찬양으로 비판받아 왔다. 특히 장쩌민의 애첩 노릇을 한 것이 드러나면서 사회에 적잖은 악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한편, 이번 소식으로 시진핑 정부가 장쩌민의 측근들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를 진행해왔음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NTD Korea 남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