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지화(令計劃·59) 전 통일전선공작부장이 공직과 당직을 모두 박탈당했다.
중국공산당 정치국은 7월 20일 회의를 열고 중앙기율검사위원회(이하 중기위)가 제출한 ‘링지화의 엄중한 기율 위반에 대한 심사보고’를 검토해 링지화에 대해 쌍개(雙開·당직과 당적을 모두 박탈)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중공은 지금까지 중대한 사안에 대해 사후 발표해왔다. 사회적 파장을 최소화하고 대책 마련시간을 벌기 위한 암묵적 관행이었다. 이 때문에 링지화에 대하여 조치와 발표가 같은 날 이뤄진 것에 대해 ‘전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어찌보면 7.20이라는 숫자에 맞추기 위해 서둘렀다는 느낌도 강하다.
쌍개 처분도 이례적이다. 중공 고위층은 혐의가 엄중할 경우 쌍규(雙規·쌍규 당직과 당적을 유지한 상태)처분이 일반적이다. 최근에는 쌍규마저 너무 가혹한 처분이라며 폐지논란이 일었다. 바로 쌍개 처분이 내려지는 경우는 드물다. 당 지도부에서 정치기율·정치규범 위반, 비밀준수 위반, 거액 뇌물수수, 간통 등 링지화의 혐의가 엄중하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주요외신 역시 이례적이라는 공통된 반응을 내놓고 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 등 관영언론에서는 링지화에 대한 처벌을 ‘괄골요독’(刮骨療毒·뼈를 긁어내 독을 치료함. 삼국지에서 유래) 에 빗대 당의 자정노력으로 포장하기 바쁘다.
그러나 이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깔린 포석으로 봐야 한다. 시진핑은 항상 다음 수를 염두에 둔 포석을 이어왔다. 이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복잡한 중국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익혀야할 생존기술이기도 하다. 만약 다음 행보를 미리 신호하지 않는다면, 다른 권력집단에서 자신에 대한 위협인지 아닌지 확실치 않다고 여기면 여러 가지 반응을 보일 것이기에 변수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시진핑은 이번에는 ‘숫자’로 신호를 보냈다. 7월 20일은 중국에서 ‘7.20’으로 불린다. 6·4가 1989년 6월4일 발생한 천안문 사태를 의미하듯 7.20은 1999년 7월 20일 시작된 파룬궁 탄압을 상징한다.
이는 링지화의 특수한 위치와도 관련 깊다. 시진핑 체제에 반발하는 신4인방 중 나머지 3명인 저우융캉(무기징역), 쉬차이허우(사법처리 중 병사), 보시라이(무기징역)은 모두 장쩌민파 인물이다. 그러나 링지화는 후진타오의 사람이라는 관점과 후진타오를 등지고 저우융캉과 정치적 거래를 텄다는 관점이 혼재해 있다. 최근 친인척 부패혐의로 물의를 일으킨 링지화에 대한 처벌이 불가피한 상태에서 시진핑이 어떠한 암시도 없이 링지화를 처리했다면, 당 원로들과 각 계파 특히 후진타오 계열의 의구심을 충분히 잠재우지 못할 수도 있다.
시진핑은 7.20 이라는 날짜를 통해 반부패의 행보를 파룬궁 탄압세력인 장쩌민파에 집중한다는 암시를 냄으로써 불필요한 당내 혼선을 막는 동시에 친(親) 장쩌민 세력의 전향 까지도 의도했다. 증시파동, 사회불안, 반부패에 대한 반발 등 전반적인 위기가 강화되는 과정 중에 시진핑 정권은 목표를 명확히 부각시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 이유는 당의 반발을 막으려면 당의 체면을 높이는 행보가 필수이기 때문이고, 파룬궁 박해 범죄와 당의 연관성을 단호히 끊는 것이야 말로 당의 위신을 땅바닥에 떨구지 않는 가장 시급한 길이기 때문이다.
NTD 남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