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w.ntdtv.co.kr 2014-11-30 10:08 PM]
어느 열차 안에서 예쁜 여승무원이 노무자 차림의 한 중년인을 바라보며 큰 소리로 말했다. “검표요!”
중년인은 온몸을 다 뒤졌지만 사실은 표를 처음부터 손에 쥐고 있었다.
표를 검사한 여 승무원은 그에게 야릇한 웃음을 지으며 “이건 어린이 표에요.”라고 말했다.
얼굴이 붉어진 중년인은 우물거리며 “어린이 표는 장애인 표랑 가격이 같지 않나요?”라고 물었다.
중년을 한참 살펴본 승무원이 “장애인이에요?”하고 물었다.
“저는 장애인입니다!”
“그럼 장애인증을 보여 주세요.”
중년인은 굳어진 얼굴로 일어서면서 “나는 장애인증이 없어요. 표를 살 때 판매원이 장애인증을 요구해서 할 수 없이 어린이 표를 샀어요.”라고 대답했다.
승무원은 냉담하게 웃으며 “장애인증이 없으면 당신이 장애인이라는 걸 어떻게 증명해요?”라고 말했다.
중년은 말없이 가볍게 신발을 벗고 바지를 걷어 올렸다. 그는 한쪽 발이 절반밖에 없었다.
승무원은 곁눈질로 보고는 “내가 보려는 건 증명이에요! 장애인이라고 찍힌 압인.”이라고 말했다.
중년은 괴로운 표정으로 설명했다. “제가 현지에 호적이 없어서 장애인증을 못 받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개인 작업장에서 일을 했는데, 사고가 난 뒤에 사장이 도망치는 바람에 돈이 없어서 병원 진단도 못 받았습니다.”
열차장이 소식을 듣고 쫓아와 상황을 물었다. 중년은 다시 한 번 열차장에게 자신이 장애인이기 때문에 장애인과 같은 가격의 표를 샀다고 설명했다.
열차장도 그에게 물었다. “장애인증은 있어요?”
중년은 장애인증이 없다고 말하면서 열차장에게 반만 남은 발을 보여주었다. 열차장은 쳐다보지도 않고 귀찮다는 말투로 “우리는 사람은 안 되고 증명만 인정합니다! 장애인증이 있어야 장애인이고, 장애인증이 있어야 장애인 표 혜택을 누릴 수 있어요. 빨리 표를 다시 끊으세요.”라고 말했다.
중년은 단번에 주눅이 들었다.
그가 온몸의 주머니와 짐을 뒤졌지만, 몇 위안에 불과해 표를 사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열차장에게 말했다. “저는 발이 기계에 절반 잘려나간 다음부터 일이라곤 못 했습니다. 돈이 없어 고향에도 못 가게 됐는데, 이 반값 짜리 표도 동향 출신 사람들이 돈을 모아 사 준 겁니다. 제발 용서해 주시고, 너그럽게 봐 주세요!”
열차장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건 안돼요.”
그 여승무원이 끼어들어 열차장에게 말했다. “기관차에 데려가 석탄을 퍼담게 해서 노동으로 때우도록 하시죠.”
열차장이 한참 생각하다 말했다. “좋아!”
중년인의 맞은 편에 앉아 있던 한 노인이 보다 못해 일어나 열차장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은 남자 맞습니까?”
열차장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날 보고 남자가 맞느냐니, 지금 그게 무슨 상관있어요!”
“말해 보세요. 당신은 남자 맞아요?”
“나는 당연히 남자죠.”
“당신이 뭐로 당신이 남자라는 걸 증명해요? 당신 남자증을 꺼내서 사람들한테 보여 주세요.”
주위의 사람들이 한바탕 웃었다.
열차장이 어리둥절해서 말했다. “나 이 큰 남자가 여기에 서 있는데 설마 아직도 가짜라는 건 아니겠죠?”
노선생이 머리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나도 당신처럼 증명만 인정하고 사람은 인정 안 해요. 남자증이 있으면 남자고 남자증이 없으면 남자가 아니죠.”
열차장은 말문이 막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한동안 생각이 나지 않았다.
여승무원이 열차장 대신 나서서 노선생에게 말했다. “나는 남자가 아니니까 뭐든 할 말이 있으면 나하고 해요.”
노선생은 그녀의 코를 가리키며 말했다. “당신은 근본적으로 사람도 아니요!”
승무원은 갑자기 발을 쾅 구르며 소리를 빽 질렀다. “당신 말 조심하세요! 말해 보세요. 내가 사람이 아니면 뭐에요?!”
노선생은 차분한 얼굴에 지혜로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당신이 사람이라고요? 좋습니다. 그럼 당신, 사람증 좀 보여주세요.”
주위 사람들이 또 한바탕 떠들썩하게 웃어댔다. 다만 한 사람이 웃지 않았는데, 그는 반쪽 발을 가진 그 중년이었다. 그는 미동도 없이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모두 바라보았고, 어느새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였는데, 억울해서인지, 감격 때문인지, 미움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