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부동산 인수에 공격적으로 나섰던 중국 두 거대 기업이 시진핑 지도부의 반부패 캠페인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난달 28일 재판에서 중국 안방(安邦)보험 전 회장 우샤오휘(吳小暉)가 652억 위안(100억 달러)을 사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안방은 뉴욕 소재 세계 최고급 호텔 월도프 아스토리아를 소유하고 있는 대기업이다.
중국의 최대 에너지 대기업 중 하나인 화신(華信)에너지공사(CEFC) 예젠밍(葉簡明) 전 회장도 중국 당국의 조사 대상이 된 후 그동안 인수했던 전세계 부동산의 판매를 서둘렀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월드 타워의 콘도, 홍콩 컨벤션 전시센터의 일부 층과 상하이 근교 고급 지역에 위치한 본사를 포함하여 예 전 회장 회사의 부동산 가치는 200억 위안 (32억 달러)을 웃돈다.
이 두 회사의 추락은 그동안 공격적인 해외 인수 행보, 재정적 불투명, 정치적으로 시 주석 측과 불편한 커넥션을 갖고 있는 민간기업에 대해 중국 당국이 부패조사를 진행하는 방식이 드러나고 있다.
우 전 회장은 상하이 제1 중급 인민법원에서 재판을 받았다. 검찰은 우 전 회장의 안방에 대한 소유권 관계는 은폐한 채, 재무 제표를 위조하여 보험상품 판매를 승인받기 위해 중국의 보험 감독관청을 속이려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또한 승인된 액수를 초과하는 투자목적의 보험상품을 판매할 것을 회사에 지시함으로써 규정을 위반했다고 판시했다.
우 전 회장은 재판 과정에서 이의를 제기, 법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자신의 행동이 범죄를 구성한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법원자료에 따르면 그는 자신이 규제 제한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믿고 있었다.
불편한 정치적 커넥션
우 전 회장이 체포될 당시인 작년 1월 중국 고위층 소식통이 에포크타임스에 전한 바에 따르면 , 우 전 회장은 전 주석 장쩌민의 오른팔이었던 쩡칭홍 전 부주석의 가족과 긴밀한 고리가 있었다. 장쩌민과 그 세력들은 현 지도자 시진핑 세력과는 대결구도에 있는 반대파에 속한다.
이 소식통은 또 우 전회장이 쩡칭홍 가족과 다른 장쩌민파 인물들의 해외 돈세탁을 도왔다고 전했다.
우는 태자당으로 불리는 고위급 중국공산당 간부 후손들과 인맥이 풍부했다. 1990년대에 우는 천이 전 국무원 부총리 아들의 소개로 덩샤오핑의 손녀 덩줘란을 만난 후 2004년 전처와 이혼하고 덩줘란과 재혼했다.
우는 덩을 알게 된 후부터 사업에서 승승장구했고 결혼과 동시에 덩의 회사는 안방의 대주주가 되었다.
베이징의 역사학자 장리판은 우샤오휘의 사법 재판은 지난 20년 동안 엄청난 부를 장악한 태자당 세대에게 경고를 보낸 것이라고 홍콩 언론에 말했다.
한편 중국 시사평론가 천제런은 안방에 대한 처리는 금융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중국 당국의 조치라고 말한다. 최근 몇 달 간 중국 당국은 자본유출을 막기 위해 대규모 해외인수에 참여한 안방을 포함한 여러 기업을 타겟으로 삼았다.
홍콩 언론매체 HK01은 안방 사태를 중국당국의 반부패 운동이 향후 태자당을 향할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했다.
야심에 불탔던 에너지 기업
이번 달 초 경영권을 박탈당한 예젠밍 회장은 주로 군부에 인맥이 있었다. 애플데일리 등 홍콩 언론은 예 전 회장과 일부 군 관계자들과의 긴밀한 유대 관계는 예 전 회장이 제공하는 돈세탁 서비스로 유지됐다고 추측했다.
CEFC가 출자한 홍콩 싱크탱크 ‘중화능원기금회’를 운영하는 홍콩 사업가 허즈핑(何志平)은 차드와 우간다의 고위 공무원을 매수하여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에너지 회사의 비즈니스상 이익을 확보해 주었다는 혐의로 미국 사법당국에 체포되었다. 그 석유회사가 바로 CEFC 라는 소문도 파다하다.
CEFC는 거대기업이다. 2017년 포춘 선정 500대 기업 중 22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2016년 CEFC는 러시아 석유회사 로스네프트(Rosneft)의 지분 14.16 %를 91억 달러에 매입하기로 합의했다. 러시아 정부와 BP (British Petroleum)의 뒤를 이어, CEFC는 러시아 거대 국영 석유회사의 세 번째로 큰 주주가 되었다.
그러나 러시아와의 거래는 CEFC가 이미 지분에 대한 지불을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당국에 의해 중단되었다.
CEFC가 소유권 및 재정상의 투명성 부족으로 조사를 받게 되었다고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이 일부 세부 사항을 단독 보도했으나 곧 기사를 내렸다.
이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정보통을 인용해 “시진핑 국가 주석이 예 회장의 구속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분홍재벌’
재미 중국경제학자 허칭롄은 중국 공산당 관리들과 커넥션이 있는 이들 거대 기업을 ‘분홍재벌’이라고 표현했다.
허칭롄은 장쩌민과 후진타오 통치시대에 특히 두드러진 성과를 보였던 이들 대기업들이 시진핑 주석 집권 후에는 반부패 캠페인의 타깃이 될 것이 두려워 자산을 해외로 이전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 홍색 대기업의 생존 뒤에는 시진핑과 장쩌민, 후진타오 시대의 거물들 간의 치열한 암투가 감춰져 있다고 분석했다.
애니 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