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최측근이자 반부패 드라이브를 지휘하다 지난해 당직에서 물러난 왕치산(王岐山) 전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가 정계에 복귀했다.
‘7상8하(67세는 유임, 68세는 은퇴)’의 불문율에 따라 물러난 고위 인사가 다시 중용되는 것은 중국에서 이례적인 일이다.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압박으로 미중 관계가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왕 전 서기가 대미 관계를 다루는 중책을 맡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왕 전 서기는 이날 후난성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표 118명 중 한 명으로 선출됐다. 지난해 10월 당대회에서 모든 당직을 내려놓은 후 3개월 만이다.
중국 내에서는 왕 전 서기가 정치국 상무위 회의에 계속 참석하는 등 정치적인 영향력이 은퇴 후에도 여전하다는 분석이 우세했고, 오는 3월 열리는 양회(兩會. 전인대회의와 정협회의)에서 국가 부주석 등 최고위직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보도도 지속적으로 나왔다.
WSJ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시 주석이 왕 전 서기의 역할로 국가 부주석을 비롯한 여러 직책을 고려하고 있으며, 대미 관계를 다루는 일이 주요 직위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왕 전 서기는 공산당 내에서 경제·금융통이자 미국통으로 꼽힌다. 칭화대 경제학과 교수와 인민은행 부행장, 건설은행장, 하이난성 서기, 베이징, 국무원 부총리 등을 거쳐 시 주석 체제에서 최고위직에 올랐다.
그는 최근 몇개월 동안 헨리 폴슨 전 미 재무장관을 비롯한 경제계 리더들을 만났는데, 지난 20여년간 공산당 고위직에 있으면서 축적한 인맥이다.
왕 전 서기는 은퇴 직전에도 미국의 한 금융계 인사를 방문해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트럼프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이 자리에서 그는 “트럼프는 이례적인 현상인가? 아니면 추세인가?”라고 물었다고 한다.
왕 전 서기는 경제 분야에서 은행 부도 사태 등 긴급 상황을 다루는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어 중국 내에서 ‘소방관’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 때문에 무역 문제로 대립하고 있는 양국 관계를 다루는데도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관리는 “왕 전 서기는 터프하다”며 “미국을 상대하려면 그와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2일 중국산 태양광 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하면서 무역전쟁을 본격화했다. 현재 미 행정부는 중국을 제재할 수 있는 지적재산권과 수입 철강·알루미늄 관련 추가 조치도 검토 중이다.
왕 전 서기의 향후 행보와 관련해 추측성 보도가 난무하는 가운데 중국 당국은 아직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에포크타임스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