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간의 무역갈등이 본격화 하면서 중국 관영 언론들이 강경 보도를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시진핑 주석의 칭화대학 스승인 쑨리핑(孫立平) 교수는 중국은 반격할 여유가 없으며 결국 미국과 타협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앞서 미국이 중국산 수입제품에 최대 600억 달러의 관세를 부과키로 하자, 중국은 미국산 수입 제품에 대해 30억 달러의 관세 부과로 대응하고 나섰다. 중국은 대응은 다소 약했는데 이는 중국이 무역전쟁에서 승산이 없음을 분명히 알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 이미 양국 정부 관리들은 개별적 접촉을 시작했으며, 추이티앤카이(崔天凱) 주미 중국대사는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무역적자 감소를 위해 미국과 협력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중국 국내용 관영언론들은 강력한 보복조치를 예고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어필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내 여론은 다르다. 쑨리핑 교수는 최근 위챗에 올린 게시물에서 “중국은 미국의 첨단 기술 제품과 같은 수입품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며 “우리(중국)의 외환은 주로 미국으로부터 벌어들인다. 이러한 외환이 없으면 식량, 석유, 마이크로칩과 같은 필수품을 수입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자국 내 천연자원이 많으며 또한 전세계에 많은 동맹국들이 미국이 중국시장을 떠나더라도 시장을 제공할 수 있다”며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감당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쑨 교수는 “무역 전쟁이 극도로 치열해지면 미국 경제도 심각하게 타격을 입게 될 것이지만, 우리에게는 생존까지 위협 받는 문제”라고 우려했다.
쑨 교수의 포스팅은 3일 만에 10만 클릭을 기록하는 등 큰 관심을 받았지만 당국의 검열로 삭제됐다. 쑨 교수는 지난해 3월 중국 관영 매체들이 혐한 분위기와 함께 롯데 불매 운동을 부추기는 실태를 웨이보를 통해 신랄하게 비판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한편 중국 내에서 비교적 신뢰를 얻고 있는 경제 전문 블로거들도 잇달아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감당할 수 없는 이유를 분석한 글을 포스팅하며 관영언론의 여론 몰이에 의구심을 표현하고 있다.
‘만주융스(Manzu Yongshi)’라는 필명의 블로거는 중국 세관 자료를 인용하면서, 특히 운송차량, 필수식품 및 의료기기 분야에서 미국제품에 대한 중국의 의존도가 심각하게 높다는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했다. 수년 동안 중앙정부에서 일해왔다는 ‘간우성훠( Ganwu Shenghuo)’란 필명의 블로거는 관영언론이 제안하는 중국의 무역전쟁 대응 전략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관영언론에 언급된 전략 중 하나는 중국 당국이 미국 재무부 채권을 대량으로 매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블로거는 중국이 미국 재무부 채권을 사는 것은 공산당 정권에 높은 이익을 가져오는 가장 안전한 투자여서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이 단기간에 많은 미국 재무부 채권을 팔게 되면 가격이 급격히 떨어지게 되고, 미국인들이 중국이 매도한 저가채권을 사서 아주 높은 이윤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다른 대안으로 거론되는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대두 수입을 중단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그렇게 되면 중국은 높은 가격에 다른 국가로부터 콩을 수입해야 한다고 하면서, 이들 국가에서 콩 가격이 오르면, 다른 구매자들은 대신 미국으로부터 콩을 사러 가게 되어 중국의 계획이 빗나가게 되리라고 예측했다.
이 두 블로거의 포스팅도 현재는 당국의 인터넷 검열에 의해 삭제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