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순방길에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들른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현지에 진출한 대만 커피전문 프랜차이즈 업체를 찾은 것을 두고 엉뚱한 소문이 번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16일 빈과일보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차이 총통이 최근 대만 커피전문점 ’85℃’ 점포에 잠시 들러 커피를 구입한 일이 중국에서 85℃가 대만 독립을 지지한 것으로 와전되면서 급기야 85℃ 중국본부가 긴급 사과성명까지 발표했다.
논란은 차이 총통이 대만 기업 격려차 85℃를 10여 분간 방문해 커피를 구매한 자리에서 한 직원이 마스코트 쿠션에 차이 총통의 사인을 받은 게 ’85℃가 차이 총통에게 큰 선물을 한 것’으로 잘못 알려져 발생한 일이라고 이들 매체는 전했다.
소문은 상하이시 공식 플랫폼인‘동방망’을 통해 중국에 알려졌다. 이어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가 85℃를 ‘대만 기업’이라고 통렬히 비난하면서 사실처럼 받아들여졌다.
여기에 중국 네티즌까지 가세, 불매운동에 나서겠다며 목소리를 높이면서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이에 다급해진 85℃ 중국본부는 ‘하나의 중국’을 인정한다는 내용으로 중국 공식 사이트와 웨이보, 미국 분점 페이스북에 각각 사과문을 올리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한 중국 신문이 이 커피 체인에 대한 불매운동을 주장한 이후 85℃ 모기업인 ‘미식달인'(Gourmet Master)의 주가는 16일 7.5% 급락, 하루 만에 시가총액이 1억2200만 달러(약 1379억 원) 증발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또 중국 양대 음식배달 애플리케이션에서 85℃가 사라졌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음식 주문을 위한 선택 목록에서 85℃를 찾을 수 없고 검색창에 업체명을 입력해도 해당 업체를 찾을 수 없다고 나온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대만 측은 황당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대만 총통부 황충옌(黃重諺) 대변인은 중국을 겨냥해 “문명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면서 시장질서에 간섭하고 언론자유를 해치는 부당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뤼슈롄(呂秀蓮) 전 부총통은 “커피 한 잔 마시는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냐”며 “정신착란증과 같은 행태”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대만 행정원 콜라스 요타카 대변인은 15일 대만 언론 인터뷰에서 85℃의 사과 성명 발표를 이해한다면서, 특정 국가가 자가당착적인 이데올로기를 앞세워 자유 시장과 세계적인 기업을 탄압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신랄하게 비난했다.
여기다 대만 네티즌들까지 반발하면서 논란은 한층 가열되고 있다.
대만 네티즌은 85℃의 사과 성명에 대해 “중국 위안화를 벌기 위한 것이다”, “장사꾼은 그렇다”는 등의 비난을 쏟아내며 성토했다.
대만기업과 연예인의 대만 독립 성향 폭로로 사회적 논란을 촉발한 사례는 2018년 들어 이번이 5번째이고, 이달 들어서는 2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