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북한과 거리를 두며 국제사회 대북 제재에 적극 동참했던 중국은 결국 다시 북한 카드를 집어 들었다.
28일 중국과 북한 관영 언론들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요청으로 지난 25일부터 28일까지 베이징을 비공식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익명의 베이징 소식통은 NTD TV에, 이번 만남을 성사시키기 위해 중국은 ‘좋은 조건’을 제시하며 적극적으로 북한을 설득했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전해지지 않았지만 ‘좋은 조건’이란 경제적 원조를 가리킨다.
집권 1기 동안 이례적으로 혈맹 북한과 정상회담을 열지 않았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먼저 북한에 손을 내민 모양새다. 중국이 이처럼 북한에 대한 고고한 자세를 누그러뜨린 것은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강경 정책과 관련이 있다.
남북·북미정상 회담을 계기로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서 영향력이 급속도로 축소될 위기에 놓였고, 경제적으로는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연간 600억 달러(약 65조원)에 이르는 관세를 부과 받게 될 예정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경제 침략을 겨냥한 대통령 각서’에 서명하면서 “이는 여러 가지 조처의 시작일 뿐” 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베이징 소식통은 그러나 최근 미국 상하에서 통과된 후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서명한 ‘대만여행법’이 중국 당국에 가장 큰 압박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대만여행법’은 그동안 금지됐던 미국과 대만 고위관리들의 상호 방문을 가능케 한 법안으로, 중국이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으로 여기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공산주의 이데올로기 실패 이후 경제 발전과 민족주의로 정권의 정당성을 유지하고 있는 중국 당국에 있어서 미국이 대만을 독립적인 국가로 인정하는 것은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은 국제사회 대북 제재에 협력하던 데로부터 북한 카드를 다시 꺼내드는 방향으로 선회, 향후 협상에 이용하려 할 수 있다”며 “이런 목적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을 초청해 경제적인 원조를 약속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시다발적인 위기에 놓인 중국 당국이 북한 문제에서 더 이상 주도권을 빼앗기는 상황을 좌시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진핑 주석이 김정은을 극진해 대하는 이유도 이해가 될 수 있다. 물론 북한 역시 북미·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만나야 할 강한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에 중국의 초대에 기꺼이 응했다고 볼 수 있다.
양민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