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창원 110번 버스’에 탄 의인들

시내버스 운전기사와 승객들이 힘을 합쳐 버스 안에서 쓰러진 남성을 구하기 위해 한 마음으로 도운 사연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꾸준히 화제다.

지난 2017년 8월 9일 밤 10시 37분께 임채규(42·대중교통)씨가 운전하는 110번(청솔아파트~안계초교) 시내버스는 마산회원구 보문주유소 정류장을 지나 창원교도소 정류장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쿵’하며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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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N ‘캐내네’ 유튜브 화면 캡쳐

버스를 몰던 운전기사 임채규(43)씨는 놀라 백미러를 쳐다봤다. 거울을 통해 보니 한 20대 남자 승객이 발작을 일으키며 들고 있던 가방을 떨어뜨린 채 의자 뒤로 고개를 젖혀 의식을 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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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N ‘캐내네’ 유튜브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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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N ‘캐내네’ 유튜브 화면 캡쳐

깜짝 놀란 임씨는 버스를 창원교도소 정거장 인근에 세운 뒤 쓰러진 승객을 향해 달려갔다. 다른 승객 몇 명도 쓰러진 20대 남성의 상태를 확인했다. 남성은 다행히 호흡에는 이상이 없었다.

임씨는 즉시 119에 신고한 뒤 나머지 승객들을 진정시키며 응급차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었다. 그러나 몇몇 승객이 ‘응급차가 언제 도착할지 모르니 차라리 우리가 이 남성을 데리고 병원으로 가자’는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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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N ‘캐내네’ 유튜브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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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N ‘캐내네’ 유튜브 화면 캡쳐

창원 시내 지리를 꿰뚫고 있던 임씨가 계산해보니 현재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까지 5∼10분이면 충분했다. 앰뷸런스가 환자를 이송해 병원에 도착하는 것보다 두 배 넘게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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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N ‘캐내네’ 유튜브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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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N ‘캐내네’ 유튜브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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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N ‘캐내네’ 유튜브 화면 캡쳐

결단을 내린 임씨는 승객들에게 ‘불편하더라도 이해해달라’고 양해를 구하고 페달을 밟아 인근 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병원으로 가는 동안 승객 2∼3명이 바닥에 쓰러진 환자를 붙잡고 심폐소생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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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N ‘캐내네’ 유튜브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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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N ‘캐내네’ 유튜브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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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N ‘캐내네’ 유튜브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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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N ‘캐내네’ 유튜브 화면 캡쳐

약 10분 뒤 병원 응급실에 도착한 임씨는 의료진을 부른 뒤 환자에게 다가갔다. 승객들의 응급처치 때문인지 다행히 환자는 의식이 어느 정도 돌아온 상태였다. 당연히 시간은 119를 기다리는 것보다 반으로 단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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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N ‘캐내네’ 유튜브 화면 캡쳐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한 임씨는 다시 노선으로 복귀하며 정거장을 놓친 승객들에게 모두 데려다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환승해서 가면 되니 신경 쓰지 말라’며 절반에 가까운 승객들이 병원에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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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N ‘캐내네’ 유튜브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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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N ‘캐내네’ 유튜브 화면 캡쳐

가는 방향이 맞는 일부 승객만 태운 임 씨는 종점인 인계초등학교에 도착한 뒤 퇴근했다. 이날 이송된 20대 환자는 무사히 치료를 받고 퇴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임씨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승객들이 내 일처럼 적극적으로 나서며 불편함을 감수해 좋은 결과가 있었지 내가 한 것은 운전밖에 없다”며 “당시 버스에 남녀노소 다양한 연령층이 있었는데 모두 좋은 사람들이었던 게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한 일은 버스 기사로서 당연한 책임이자 의무이지 선행이라 할 수 없다”며 “그런 상황을 대비한 매뉴얼도 없고 경험도 없어 당황한 나를 도와주고 협력해준 승객들에게 감사한 마음”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