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 운전기사와 승객들이 힘을 합쳐 버스 안에서 쓰러진 남성을 구하기 위해 한 마음으로 도운 사연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꾸준히 화제다.
지난 2017년 8월 9일 밤 10시 37분께 임채규(42·대중교통)씨가 운전하는 110번(청솔아파트~안계초교) 시내버스는 마산회원구 보문주유소 정류장을 지나 창원교도소 정류장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쿵’하며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버스를 몰던 운전기사 임채규(43)씨는 놀라 백미러를 쳐다봤다. 거울을 통해 보니 한 20대 남자 승객이 발작을 일으키며 들고 있던 가방을 떨어뜨린 채 의자 뒤로 고개를 젖혀 의식을 잃고 있었다.
깜짝 놀란 임씨는 버스를 창원교도소 정거장 인근에 세운 뒤 쓰러진 승객을 향해 달려갔다. 다른 승객 몇 명도 쓰러진 20대 남성의 상태를 확인했다. 남성은 다행히 호흡에는 이상이 없었다.
임씨는 즉시 119에 신고한 뒤 나머지 승객들을 진정시키며 응급차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었다. 그러나 몇몇 승객이 ‘응급차가 언제 도착할지 모르니 차라리 우리가 이 남성을 데리고 병원으로 가자’는 의견을 냈다.
창원 시내 지리를 꿰뚫고 있던 임씨가 계산해보니 현재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까지 5∼10분이면 충분했다. 앰뷸런스가 환자를 이송해 병원에 도착하는 것보다 두 배 넘게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결단을 내린 임씨는 승객들에게 ‘불편하더라도 이해해달라’고 양해를 구하고 페달을 밟아 인근 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병원으로 가는 동안 승객 2∼3명이 바닥에 쓰러진 환자를 붙잡고 심폐소생술을 했다.
약 10분 뒤 병원 응급실에 도착한 임씨는 의료진을 부른 뒤 환자에게 다가갔다. 승객들의 응급처치 때문인지 다행히 환자는 의식이 어느 정도 돌아온 상태였다. 당연히 시간은 119를 기다리는 것보다 반으로 단축됐다.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한 임씨는 다시 노선으로 복귀하며 정거장을 놓친 승객들에게 모두 데려다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환승해서 가면 되니 신경 쓰지 말라’며 절반에 가까운 승객들이 병원에서 떠났다.
가는 방향이 맞는 일부 승객만 태운 임 씨는 종점인 인계초등학교에 도착한 뒤 퇴근했다. 이날 이송된 20대 환자는 무사히 치료를 받고 퇴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임씨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승객들이 내 일처럼 적극적으로 나서며 불편함을 감수해 좋은 결과가 있었지 내가 한 것은 운전밖에 없다”며 “당시 버스에 남녀노소 다양한 연령층이 있었는데 모두 좋은 사람들이었던 게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한 일은 버스 기사로서 당연한 책임이자 의무이지 선행이라 할 수 없다”며 “그런 상황을 대비한 매뉴얼도 없고 경험도 없어 당황한 나를 도와주고 협력해준 승객들에게 감사한 마음”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