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오는 태풍이어서 국민이 태풍의 무서움을 잘 모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태풍 솔릭을 짐승에 비유하면 호랑이입니다. 다가오는 호랑이를 고양이로 생각하고 얕보면 절대 안 됩니다.”
기상청 유희동 예보국장의 이 같은 경고는 제19호 태풍 ‘솔릭’의 최대 풍속이 초속 62m를 기록하면서 부터다.
23일 한국경제 인터뷰에서 유 국장은 “초속 40m면 열차가 탈선하고 50m면 체육관 뚜껑이 벗겨진다”며 “초속 60m에 대해서는 나도 거의 들어보지 못한 수치”라고 혀를 내둘렀다.
솔릭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22일 밤 한라산 진달래밭에서 최대 순간 풍속이 초속 60.8m를 기록했다. 이례적인 기록에 기상청 관계자들은 관측 장비 오류를 의심했다.
이후 장비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뒤 이날 오전 4시25분 같은 장소에서는 최대 순간 풍속이 초속 62.0m에 달했다.
1937년부터 지금까지 일 최대순간 풍속 1위는 2003년 태풍 매미의 초속 60.0m였다.
이런 강풍이 서울 등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에서 발생하면 상상할 수 없는 피해를 안길 수 있다.
22일 0시부터 23일 오후 1시까지 제주 사제비에는 971.0㎜, 제주 윗세오름에는 885.5㎜의 어마어마한 폭우도 쏟아졌다.
물이 비교적 잘 빠지는 제주와 달리 내륙에서는 짧은 시간에 폭우가 쏟아지면 계곡과 하천의 물이 급격히 불어 범람하거나 산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유 국장은 “앞으로 태풍이 한반도를 관통하는 과정에서 세력이 약해지더라도 여전히 큰 피해를 남길 수 있다”며 “우리나라가 영향권에서 벗어날 때까지 방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