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침수된 경북 포항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6일 오전 차를 빼러 갔다가 실종된 주민 7명 가운데 여성 1명과 남성 1명 등 2명이 극적으로 구조됐다. 실종 신고가 들어온 지 13시간여 만이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생존자 전모씨(39)는 지하주차장 에어포켓에서 숨을 쉬며 파이프를 붙잡고 버티다 구조대의 전등 빛을 보고 헤엄쳐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체온이 많이 떨어진 듯 몸을 다소 떠는 모습이었지만, 다행히 큰 건강상의 문제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는 포항성모병원으로 이송하는 119구급차 안에서 아내에게 “아이들 생각으로 버틸 수 있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는 자동차가 침수될까 봐 다른 곳으로 옮기기 위해 지하주차장에 내려갔다. 그러나 바닥에 들어찬 물 때문에 자동차 문을 열 수 없었다. 자동차 문과 실랑이하는 사이 물은 빠르게 들어찼다.
소방당국이 당시 CCTV영상을 확인해 보니,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물에 잠기는 데 걸린 시간은 단 8분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씨는 살기 위해 옷을 벗고 에어포켓으로 추정되는 공간으로 헤엄쳐간 것으로 알려졌다.
종일 사고 현장을 지켰던 전씨의 아내는 이날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남편이) 살아서 돌아왔다는 것만으로도 하고 싶은 말이 없다”며 “고맙고 감사하다”고 전했다.
전씨 등 실종자 7명은 이날 오전 6시30분께 “지하주차장이 침수되고 있으니 긴급하게 차를 빼달라”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안내방송을 듣고 주차장으로 내려갔다가 눈 깜짝할 사이에 밀려든 빗물에 갇혔다.
지역 하천 ‘냉천’과 가까운 곳에 있는 이 아파트 지하주차장은 ‘ㄷ’자 형태로 연결돼 있어 많은 주민이 한 번에 주차장에 몰릴 경우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는 게 현장 구조대의 설명이다.
이날 포항에는 시간당 최대 100㎜가 넘는 비와 최대 풍속 초속 25m의 바람이 불어닥쳐 전국에서 가장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포항시 오천읍 아파트에서도 차를 빼러 나갔던 60대 여성이 실종 6시간 만에 사망한 채로 발견됐고, 남구 오천읍 도로에서는 또 다른 여성 A씨(75)가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