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학회 토론회 “근로시간 단축 사업장 생산성 향상에 범정부 지원해야”
“무역협상 타결돼도 미국은 새 이슈 제기할 것”
문재인 정부 초기 고용노동정책이 약효가 다 됐으며, 근로시간 단축 영향을 받는 사업장에는 범정부 차원에서 생산성 향상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견해가 나왔다.
미중 무역협상과 관련해서는 마무리된 후에도 다시 갈등이 발생할 수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있었다.
최영기 한림대 교수는 2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국경제학회·경기연구원 주관 ‘2019년 한국경제 어디로’ 토론회에 앞서 배포한 자료에서 “문재인 정부의 초기 고용·노동 정책은 이제 약효가 다 됐거나 길을 잃었다”고 평가했다.
한국노동연구원장을 지낸 최영기 교수는 ‘고용노동정책 평가와 노동개혁 과제’ 제하 발표에서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정책은 과속으로 취약근로자들의 고용 감소와 이로 인한 분배지표 악화를 야기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지금은 결정구조 개편이 아니라 내년도 적정인상률에 관한 경제분석과 공론화가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또 “공공부문의 정규직 전환은 마무리 단계인데 임금과 직무체계가 제각각이어서 장기간 지속될 갈등의 불씨가 잠복했다”고 우려했다.
그는 “민간부문 비정규직에는 아무 대책이 없어서 결국 이미 과보호된 공공부문만의 자치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며 “공공부문으로 인력편중과 노동시장 왜곡이 더욱 심화된다”고 예상했다.
그는 정부가 주52시간제 확립과 근로시간 특례업종 대폭 축소로 과감한 근로시간 단축에 나섰지만 생산성 혁신이 없어서 일자리 창출은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탄력근로제 등 근로시간제도 유연화는 아직 국회 심의 중이고 정부가 예고한 포괄임금개선 가이드라인은 미정인 상황이어서다.
이와 함께 그는 “민주노총을 포함한 사회적 대화 정상화는 실패”라고 평가했다. 광주형일자리와 카풀 대타협은 한계가 뚜렷하다고 봤다.
최 교수는 앞으로 최저임금과 주52시간 영향을 받는 사업장의 생산성 향상 지원 정책을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단체, 업종단체, 노조와 협력하는 일터혁신운동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고용형태가 아니라 직무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는 직무형 노동시장을 지향해야 하고, 취약계층 포용을 위해 고용보험 제도를 보편적인 고용 안전망 체계로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에 나선 정원호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직무별로 임금이 결정되기 위해선 먼저 대·중소기업 간 지급능력이 균등해야 하고, 원·하청 기업 간 관계가 개선되야 한다”고지적했다.
조영철 고려대 교수는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만 추구하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펴지 않았다는 비판이 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혁신성장 등의 정책은 1∼2년 내에 효과를 내기 어렵고, 앞으로 몇 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미 무역분쟁과 한국의 대응’ 자료에서 “‘미중 무역분쟁은 ‘무역전쟁’ 성격을 갖고 있다”고 규정하고 “기술이전 문제를 중심으로 협상이 타결돼도 미국은 중국이 받아들이기 힘든 새로운 이슈를 제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은 중국이 국가주도의 경제체제를 이용해 시장에서 불공정한 게임을 벌인다는 인식에서 오바마 행정부 시기부터 경제적 견제를 본격화했다고 지 위원은 설명했다.
그는 “한국은 공정무역과 양자주의, 블록화 등 움직임에 개별/분리 대응을 통해서 미중 사이에서 선택하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자유무역을 옹호하며 미국의 양자주의에 반대입장을 견지하되 공정무역 개념 의제화를 통해 다자체제에서 중국 견제에 참여하고, 지역무역협정에 선제적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근 서울대 교수는 ‘한국 산업 혁신성장의 길’ 자료에서 “바이오처럼 잠재성이 있고 중국, 일본과 격차도 존재하는 분야에서 혁신성장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류덕현 중앙대 교수는 복지수준-조세부담율-국가부채의 재정 트릴레마 발표 자료에서 “스웨덴식 고부담·고복지를 지향하려면 재정개혁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뒤이어 토론에 나선 우석진 명지대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일자리 안정자금·근로장려세제(EITC)라는 정책조합은 재정정책 역사상 최악”이라고 평가했다.
우 교수는 “최저임금을 인상해 자영업자가 힘들어졌고, 이를 보충하기 위해 일자리 안정자금을 투입했다. EITC 지출 규모도 커졌다”며 “시장 상황은 어려워지고 재정지출은 늘어나기 때문에 문제”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