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소기업 임금격차 1.7배…1년후 2%만 대기업 이동”

한은 보고서…”이중구조 개선 위한 사회적 논의 필요”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간 근로조건 격차가 확대하고 시장 간 노동 이동이 어려워지는 등 국내 노동시장 이중 구조화가 심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병유 한신대 교수, 황인도 전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박광용 한은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10일 BOK 경제연구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정책대응: 해외사례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종업원 3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체와 그 이하 사업체의 임금 격차는 1980년 1.1배 이하로 미미했지만 2014년에는 1.7배까지 커졌다”고 밝혔다.

대규모 사업체의 임금 프리미엄 추정치는 같은 기간 6.3%에서 46.1%로 상승했다. 임금 프리미엄은 근로자의 경력, 학력, 연령 등의 요인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대규모 사업체에 속했다는 이유만으로 더 받는 임금을 의미한다.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중소규모에서 대규모 사업체로 이동은 더 힘겨워지는 추세다.

중소규모 사업체의 임금 근로자가 1년 후 대규모 사업체로 이동하는 비율은 2004∼2005년 3.6%에서 2015∼2016년 2.0%로 줄었다.

임금 근로자가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이동하는 비율은 같은 기간 15.6%에서 4.9%로 하락했다.

임금 격차 확대, 노동 이동성 제한은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심화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국의 노동시장 이중 구조화는 주요국과 견줘도 높은 편이다.

상·하위 10% 임금 근로 소득 배율은 2016년 기준 4.50배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41배를 웃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미미한 것으로 평가되는 스웨덴과 네덜란드에서는 이 배율이 각각 2.28배, 3.02배에 그친다.

아울러 임시직의 3년 후 상용직 전환율은 한국이 22%로, 네덜란드(70%), 스페인(46%) 등보다 낮았다.

보고서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위해 스웨덴, 네덜란드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스웨덴은 1950∼1980년대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바탕으로 중앙단체교섭 중심의 노사 협상을 통해 임금 불균형을 줄였다.

네덜란드는 1982∼2000년대까지 수차례 사회 협약을 거쳐 파견·시간제 근로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되 보수·복지에서 차별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네덜란드식 유연 안정성 모델을 정립했다.

양국 모두 정부 대신 노사정 등 이해관계 당사자가 논의를 이끌었으며 장기간에 걸쳐 유연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정착시켰다는 공통점이 있다.

보고서는 “노사정 등 사회의 모든 당사자가 참여해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대·중소기업 간 공정한 거래를 위한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 기업 수준을 넘어 산업·업종 수준에서 임금을 결정하는 제도를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며 “사회보험 사각지대 축소, 보편적인 소득지원 제도도 정착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