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금리를 동결하고 양적 완화(시중에 통화 유동성을 확대) 정책을 취하겠다는 신호를 보냄으로써 캐리트레이드(투자가가 금리가 싼 국가에서 돈을 빌려 수익률이 높은 국가에 투자하는 것)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시간) 이머징마켓포트폴리오리서치(EPFR) 글로벌의 자료를 인용해 1월 2일부터 4월 3일까지 신흥국 채권 펀드에 총 232억 3000만 달러(약 26조5000억 원)의 투자자금이 들어왔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0월 초부터 주간 기준으로 연말까지 계속 돈이 빠져나갔던 신흥국채권 펀드의 상황이 올해 들어 급반전했다. 2월 한주만 빼고 모두 유입으로 돌아섰다.
WSJ은 “선진국 금리가 오를 것 같지 않다는 기대가 신흥국 통화를 매력적으로 만들고 있다”며 “수익률에 굶주린 투자자들이 신흥국에서 캐리트레이드를 되살리고 있다”고 전했다.
캐리트레이드가 늘어나는 이유는 간단하다. 터키의 3개월 만기 예금금리는 연 28%에 달한다. 멕시코와 러시아도 각각 8.49%, 7.9%로 금리가 높다. 반면 미국은 2.6%이고 일본과 유로존은 마이너스다.
단순히 투자자가 미국에서 돈을 빌려 터키에 돈을 맡기면 환율과 거래 비용을 제외하고 연 25%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논리다.
물론 터키 리라나 아르헨티나 페소는 정치, 경제적으로 불안해 자칫 투자금 회수가 곤란할 수도 있다. WSJ은 “캐리트레이드는 시장이 급변하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미 연방준비제도(Fed)와 유럽중앙은행(ECB)이 올해 금리동결을 선언한 데 이어 정치권에서 양적 완화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어 선진국에서는 고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신흥국 중 멕시코와 러시아같이 유가 상승에 힘입어 경제가 좋아질 곳으로 예상되는 나라에는 캐리트레이드가 활발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