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갇혀서 못 나가 엄마…살려줘 죽을 것 같아”
21일 오후 4시께 인천 남동공단 세일전자 화재 당시 공장에서 근무하던 딸 A(34)씨의 전화를 받던 어머니의 속은 타들어만 갔다.
A씨 어머니는 힘들게 말을 이어나가던 딸과의 통화가 끊기자마자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애가 어디 갇혔다고 전화가 왔어”
A씨 아버지는 그때까지만 해도 엘리베이터에 딸이 갇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내 전화를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공장에서 불이 났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들었다.
‘불이 났으니 당장 공장으로 가라’는 말에 다급하게 화재 현장에 도착한 뒤에야 어떤 상황인지를 알게 됐다.
A씨 아버지는 “갇혔다고 하기에 순간 엘리베이터가 아닌가 생각하고 조금만 기다려보자 했는데 다시 전화가 왔다”며 “당장 공장으로 가라 해서 현장 도착하니 그때에야 상황을 알게 됐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아침까지만 해도 가까운 친정집에서 자고 출근했던 딸의 사망 소식에 부모는 한없이 무너져 내렸다. 유족들은 병원 장례용품 사무실 앞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앉아 오열했다.
A씨 아버지는 딸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망연자실하면서도 “사고라는 건 있을 수 있지만 최소한 직원 가족들한테만큼은 연락해서 이런 사태가 발생했으니 와 달라는 안내는 해야 사람의 도리”라며 회사측의 무성의에 울분을 토했다.
그는 이어 “딸을 못 살린 것까진 어쩔 수 없지만 병원 올 때까지도 ‘좀 있으면 발표날 겁니다’ 이런 태도는 너무 구태의연하다”며 “안전 관리에 잘못 있다면 당연히 처벌받고 사후 조치를 잘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이날 오후 3시 43분께 전자제품 제조회사인 세일전자 공장 4층에서 발생한 불로 9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불길 때문에 미처 대피하지 못한 탓에 사망자 9명 중 7명의 시신은 불이 난 4층에서 발견됐다. 5명은 전산실에서, 2명은 식당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직원 5명은 계속 뿜어져 나오는 유독가스를 참지 못하고 4층 창문에서 뛰어내렸다가 이중 A씨 등 2명이 숨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