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을 국제기구에 공식 보고한 지 1주일이 지나면서 ASF가 이미 북한 내에 상당히 확산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30일 중국과 접경한 최북단 지역인 자강도 우시군의 북상 협동농장 1곳에서 ASF가 발병했다고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신고했다. 이후 6일 현재까지 공식적인 추가 발병 신고는 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부는 ASF가 이미 자강도 밖으로 퍼져 남하했을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보고, 북한 내에서 광범위하게 확산한 상황도 가정해 방역에 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축산 실태와 취약한 방역체계 등을 고려하면 상황이 심각한 수준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낙연 총리는 전날 경기 양주시에 있는 경기북부 동물위생시험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멧돼지가 하루 15㎞를 이동하는데 아직도 자강도에만 멧돼지가 머물러 있을 것으로 볼 수 없다. 이미 개성까지는 왔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도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의 오찬 자리에서 “(자강도보다) 조금 더 남쪽으로 내려 왔다는 여러 첩보가 있어서 정확하게 더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고 복수의 오찬 참석자들이 전했다.
공식 확인된 바는 아니지만, 일각에서는 평안도와 황해도 등에서 이미 ASF가 발병했다는 주장도 제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현재까지 국제기구에 신고한 발병 건수가 사실과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낙연 총리는 전날 베트남의 OIE 통보 건수가 2천700건인 반면 중국은 130건에 그치는 상황을 언급하며 “(발병 사실과 건수 등이) 뭔가 투명하지 않다고 봐야 한다”, “(OIE 통보를) 그대로 믿었다간 낭패를 당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부가 북한 내 빠른 확산 가능성에 주목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방역에 취약한 개인부업축산 형태의 소규모 사육이 북한 내에서 활성화돼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많은 투자가 필요한 대규모 축산단지 대신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집에서 돼지를 기르는 정책을 장려해 왔다.
그러나 이런 소규모 사육은 일일이 당국의 관리를 받지 않고, ASF 발병 사실을 포착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쉽게 확산의 매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대로 이번에 ASF 발병이 처음 확인된 자강도 우시군 북상 협동농장은 국가에서 운영하는 협동농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 소속 방역기관과 수의대학에서 확진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국가의 관리망 안에 있어서 빠른 대응이 가능했을 수 있다.
북한 축산공무원 출신인 조충희 굿파머스연구소 연구위원은 “집집마다 키우는 가축은 (당국이) 파악을 못하고, 신고하지 않아도 되게 되어 있다”며 “방역기관이 통제를 못한다”고 말했다.
조 연구위원은 “전반적으로 북한의 돼지사육이 잔반사육 위주라서 그 부산물이나 식품 찌꺼기들이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중국에서 밀반입되는 돼지고기 가공품 등을 통한 확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지난달 31일 남한이 전달한 방역협력 제의에 6일 현재까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상황이 악화하고 자체적인 방역 역량으로 대응이 어렵다고 판단한다면 향후 국제기구나 남한 정부에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