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대전 당시 독일 나치 정권의 유대인 탄압을 생생히 기록한 일기를 남긴 유대인 소녀 안네 프랑크.
안네와 그 가족이 나치에 끌려가 희생된 지 77년 만에 가족을 밀고한 이가 누구인지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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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현지 시간) 미국 CBS의 탐사보도 프로그램 ‘60 minutes’에 따르면, 미국 연방수사국(FBI) 수사요원 출신 빈스 판코크를 포함한 조사팀이 2016년부터 안네 프랑크의 밀고자를 추적한 결과, 1950년 사망한 아널드 반 덴 베르그가 유력 용의자로 지목됐다.
빈스 판코크의 조사팀은 암스테르담 유대인 평의회의 일원인 반 덴 베르그가 자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안네의 일가를 배신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1943년 유대인 평의회가 해산된 이후 조직원들이 모두 강제 수용소로 보내졌으나, 반 덴 베르그는 수용소로 가지 않았고 여전히 암스테르담에서 거주했다는 사실을 조사팀은 발견했다.
빈스 판코크는 “반 덴 베르그가 수용소에 가게 된 상황에서 가족의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나치에게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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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조사팀은 결정적인 새로운 증거로 안네의 아버지 오토 프랑크의 공책을 제시했다.
서명이 없는 상태로 전후 조사 서류 더미에서 발견된 이 공책에는 판 덴 베르그가 전시 유대교 연합회의 일원으로서 유대인들의 은신처 목록에 대한 접근권을 갖고 있었으며, 자신의 가족을 살리기 위해 이 명단을 나치에 넘겼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수용소로 끌려간 뒤 가족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오토 프랑크는 자신의 의심이 사실인지 확신하지 못했다.
불확실한 정보가 알려지면 반유태주의 정서가 더 강해질 수 있는 데다, 용의자의 가족이 무분별한 비난을 받을 것을 걱정해 오토 프랑크가 결국 비밀을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팀은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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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빈스 판코크는 2017년 안네 밀고자를 밝혀내기 위해 조사에 착수했다. 그는 ‘콜드 케이스 다이어리(Cold Case Dairy)’라는 웹사이트를 구축해 범죄학전문가, 역사학자, 언론인, 컴퓨터전문가 등 19명으로 팀을 꾸렸다.
네덜란드의 국립문서보관소, 전쟁ㆍ홀로코스트ㆍ인종학살연구소, 암스테르담시와 안네프랑크재단 등 네덜란드 당국도 각 기관이 소장하고 있는 모든 자료를 이용하도록 하는 등 조사를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나치의 유대인 탄압을 피하고자 암스테르담의 다락방에서 숨어지내던 안네 가족 8명은 지난 1944년 8월 나치에 적발돼 독일의 강제수용소로 끌려갔다. 가족 중 유일하게 아버지 오토 프랑크만이 살아남았으며, 나머지 가족은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에 희생됐다.
전쟁 후 아버지 오토는 안네가 숨어지내던 다락방에서 안네의 일기장을 발견했고, 이 일기장은 지금까지 60여 개 언어로 번역돼 나치의 만행을 전 세계인들에게 고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