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동안 목에 ‘타이어’ 끼고 살던 악어를 단번에 해방시켜준 동네 주민

By 김우성

인도네시아에서 5년 넘게 목에 타이어를 끼고 살아 유명해진 악어가 마침내 타이어로부터 해방됐다.

9일 안타라통신 등에 따르면 악어에게 자유를 선물한 용감한 남성은 틸리(35)라는 한 주민이다.

호주 악어 전문가 매트 라이트 인스타그램, 연합뉴스

그는 중부 술라웨시 팔루강에서 지난 7일 오후, 악어의 목에 낀 타이어를 벗기는 데 성공했다.

이 바다악어가 오토바이 폐타이어를 목에 낀 채 돌아다니는 모습이 목격된 것은 지난 2016년 9월부터다.

주기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면서 악어는 ‘지역 명물’로 떠올랐고, 국내외 언론의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다.

중부 술라웨시 천연자원보호국(BKSDA)은 2020년 1월 악어 목에 걸린 타이어 제거에 포상금을 걸었다.

하지만 몸길이가 5m 20㎝나 되는 거대한 바다악어에게 다가가 자신의 목숨을 건 채 타이어를 제거하려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더군다나 이 악어는 먹이에 관심을 보이지 않아 덫을 놓는 방법은 전혀 통하지 않았고, 마취총을 쏠 경우 악어가 완전히 마취되기 전에 물속으로 도망가 버리면 익사할 수도 있어 악어를 구할 방법이 딱히 없었다.

인도네시아 팔루 주민 틸리가 악어를 붙잡아 타이어를 제거한 모습 / 로이터 연합뉴스

악어를 도와줄 사람이 나타나지 않자 지역 주민 틸리가 직접 나섰다. 그는 대나무에 살아 있는 닭과 오리를 묶어 덫을 만들어 악어가 자주 출몰하는 곳으로 갔다.

틸리는 “마을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겁을 먹어서 혼자 악어를 잡았다”며 “영리한 악어는 내가 만든 덫을 두 번이나 빠져나갔지만 세 번째에 드디어 성공했다”며 기뻐했다.

틸리가 악어를 잡는 데 성공하자 주민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몰려들었다. 50여 명이 덫에 걸린 악어를 같이 뭍으로 끌어올려 입을 묶은 뒤 틸리가 마침내 타이어를 잘라냈다.

천연자원보호국은 “틸리 씨에게 정말 감사드린다. 2016년도부터 이어진 숙제가 이제야 풀렸다”며 “악어는 며칠간 건강 체크를 받은 뒤 다시 강에 놓아줄 것”이라고 밝혔다.

악어 목에 낀 타이어를 잘라내고 기뻐하는 틸리 / 안타라통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