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여 년 전, 조선을 침략한 왜군들은 자신의 전쟁 공로를 증명하기 위해 조선군과 민중의 귀를 베어 가져갔다.
베어진 귀는 바다 너머 어딘가에 쌓이고 쌓여 ‘귀 무덤’이 되었다.
지난 8일 일본 오카야마현 히가시이치노미야에 있는 귀 무덤에서 일본 시민단체가 위령제를 열었다.
히가시이치노미야는 신칸센이 정차하는 오카야마역에 내려 다시 지역열차를 타고 한 시간 반 이상 달려야 도착하는 시골 마을이다.
이곳 주택가에는 어른 머리만 한 돌을 3층으로 쌓아 놓은 돌탑이 서 있는데, 그 자리에 귀 무덤이 있다.
귀 무덤은 임진왜란 때 왜군이 베어간 조선군과 조선 민중의 코와 귀를 쌓아 만든 무덤이다.
이후 420년 만에 처음, 일본 시민단체가 과거 만행을 반성하며 이날 오카야마 귀 무덤에서 위령제를 열어 당시 희생된 조선인의 영혼을 위로했다.
행사를 주최한 일본 시민단체 ‘교토평화모임’의 아마키 나오토 회장대행은 개회사에서 “일한(한일) 관계가 전후 최악인 것은 일본인들이 침략 역사를 너무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 진혼식을 계기로 일본인들이 역사를 제대로 알게 돼 조선인 희생자에게 사죄하고, 그걸 본 한국인들이 일본을 용서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위령제에 참석한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는 귀 무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는 “부끄러운 역사를 숨기는 게 아니라 오히려 드러내 일본인이 반성할 때 한일 관계가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귀 무덤은 일본 곳곳에 있다. 그중 도요토미를 추앙하는 신사가 있는 교토의 귀 무덤이 가장 크다. 하지만 교토 시민들은 최근까지 귀 무덤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다.
이에 교토평화모임은 “조선인들의 코와 귀가 묻힌 무덤에서 위령제를 열어야 할 사람은 한국인이 아니라 일본인”이라며 작년부터 직접 위령제를 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