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3년 이집트에서 ‘피라미드’ 실물로 접한 조선 선비들의 반응

By 김우성

1882년 대조선국과 미합중국 사이에 ‘조미수호통상조약수교’가 체결된다.

이 조약은 한국 역사상 서양 국가와 맺은 최초의 조약이며, 이 조약을 시작으로 조선은 유럽 열강들과도 외교 관계를 맺기 시작한다.

조약 체결 1년 후 민영익 등 개화파 인사들로 구성된 ‘보빙사’라는 친선 사절단이 서방 세계에 파견된다.

뒷줄 왼쪽부터 무관 현흥택, 통역관 미야오카 츠네지로, 수행원 유길준, 무관 최경석, 수행원 고영철, 변수 앞줄 왼쪽부터 퍼시벌 로웰, 홍영식, 민영익, 서광범, 중국인 통역 우리탕.

가장 먼저 조약을 체결한 미국으로 건너간 보빙사는 미국 대통령 체스터 아서를 만났다.

여담으로 보빙사 관원들이 아서에게 대뜸 ‘큰절’을 해서 현지인들을 매우 당황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사실 이는 한국식 예절을 먼저 행한 것이며, 절을 한 후에는 미국식으로 악수를 나눴다.

1883년 9월 미국 대통령인 아서를 접견한 사절단 보빙사(민영익 등 8명)가 절을 하는 모습

회담 이후 보빙사는 곧바로 유럽 열강들을 만나기 위해 다시 바다를 건넜다.

유럽 순방 도중 수에즈 운하를 지나가면서 잠시 이집트를 들렀는데, 조선인으로는 처음으로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피라미드’를 직접 구경하기도 했다.

그 당시 피라미드 등반 및 탐사가 유행이었는데, 안내를 도왔던 선교사 측에서 보빙사 관원들에게 이를 권했다.

Library of Congress
Library of Congress

그런데 보빙사 관원들은 다음과 같이 말하며 단칼에 거절했다고 한다.

“천한 백정의 무덤이라도 함부로 밟지 않는 게 예법이거늘, 하물며 다른 나라의 국왕의 무덤을 밟는다는 건 어느 나라 예법이냐”

그들은 바다 건너서도 예법을 중요시하는 진정한 선비들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