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중소기업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반도체 세정 기술을 중국에 팔아넘긴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1200억원을 받고 핵심기술을 넘긴 이들 때문에 수조 원대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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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자회사 세메스는 2018년 세계 최초로 ‘초임계 반도체 세정 장비’를 개발해 상용화에 성공했다.
반도체는 조그만 먼지만 묻어도 결함이 생길 수 있는데, 액체와 기체 상태를 넘어선 초임계 상태의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반도체 기판을 씻는 장비를 개발한 것.
기존 방식과 달리 반도체 기판의 손상을 크게 줄일 수 있어 삼성반도체에 독점으로 납품되는 기술이자, 국가핵심기술로도 지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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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개발하자마자 ‘기술 유출’이 시작됐다.
세메스를 퇴직한 연구원 A씨는 다른 회사를 설립한 뒤 기기 제작을 맡은 세메스의 협력 업체 대표 B씨에게 도면을 전송받았다.
이후 이 도면은 브로커를 통해 중국 기업으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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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A씨는 장비 한 대당 240억여 원을 받고 이후엔 모든 기술을 중국 측에 넘기겠다는 뒷거래까지 맺은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투자금 등 46억 원, 브로커는 중국합작법인 지분과 현금 등 55억 원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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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표면적 손해는 세메스 사의 연구개발비 350억 원 정도지만, 그 이면의 손해는 천문학적이다.
모회사인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경쟁력 약화와 국가안보에도 큰 위협이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피해액은 수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 기술을 중국에 유출한 A씨 등 4명을 구속기소하고 1명은 불구속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