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후기 학위수여식에 허준이 프린스턴대 교수 겸 고등과학원(KIAS) 수학부 석학교수가 축사를 하러 연단에 올랐다.
허 교수는 여러 수학적 난제들을 증명하고 새로운 수학 분야를 연 업적을 인정받아 지난달 수학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국제수학연맹(IMU) 필즈상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했다.
그는 2002년 서울대 물리천문학부에 입학해 수리과학부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서울대 동문이다.
이날 서울대는 허 교수의 축사 전 그에게 ‘자랑스러운 서울대인’ 상을 수여했다.
연단에 선 허 교수는 “제 대학 생활은 포장해 얘기해도 길 잃음의 연속이었다”며 “똑똑하고 건강하고 성실하기까지 한 주위 친구들을 보며 나 같은 사람은 뭐하며 살아야 하나 고민했다”고 했다.
허 교수는 “지금 듣고 계신 분들도 지난 몇 년간 본질적으로 비슷한 과정을 거치셨으리라 생각한다”며 “이제 더 큰 도전과, 끝은 있지만 잘 보이지 않는 매일의 반복을 앞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무례와 혐오와 경쟁과 분열과 비교와 나태와 허무의 달콤함에 길들지 마시길, 하루하루를 온전히 경험하시길 (빈다)”며 “그 끝에서 오래 기다리고 있는 낯선 나를 반갑게 맞이하길 바란다”고 후배들에게 당부했다.
이어 “취업, 창업, 결혼, 육아, 교육, 승진, 은퇴, 노후 준비를 거쳐 어디 병원의 그럴듯한 1인실에서 사망하기 위한 준비에 정신 팔리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학위수여식은 2019년 8월 후기 학위수여식 이후 3년 만의 첫 대면 졸업식이기도 하다. 서울대는 지난 3년간 비대면 졸업식을 치른 졸업생 중 희망자들도 이날 행사에 참석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대는 이날 졸업식에서 민주화운동 당시 사망 등의 이유로 제적돼 졸업하지 못한 7명의 민주화 운동 열사 유가족에게 명예졸업증서를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