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곳에 써달라” 익명의 50대가 카이스트에 300억 상당 건물 3채 기부한 이유

By 김우성

익명의 50대가 한국과학기술원(KAIST) 300억 원 상당의 본인 소유 건물 3채를 기부해 귀감이 되고 있다.

9일 KAIST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한 50대 독지가가 발전재단에 전화를 걸어 이 같은 의사를 밝혔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기부자는 익명의 기부를 원했다.

건물 등기 이전 과정에서 알 수밖에 없는 이름·생년월일 이외에는 아무것도 알리지 않았다. 재단 관계자를 만날 때도 마스크를 한 채 모자까지 눌러 써 얼굴조차 보여주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300억 원 이상을 KAIST에 기부한 고액 기부자 가운데 최연소다. 사회 활동을 활발히 벌일 50대라는 나이에 전 재산을 기부하는 흔치 않은 결단을 내린 것.

기부자는 “살아가는 데 필요 이상의 돈이 쌓이는 것에 대한 부담이 항상 있었다”며 “젊은 나이에 기부하게 돼 이제부터는 홀가분한 기분으로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부 이유를 밝혔다.

발전재단 관계자는 “자신을 위한 씀씀이엔 엄격했지만, 근검절약 정신으로 재산을 일궈 소외계층과 불치병 환자들을 10여 년 넘게 꾸준히 도운 것으로 안다”며 “기부자는 사회적 기업을 창업해 운영하기보다는 교육을 통한 기부가 가장 타당하다는 결론 끝에 KAIST에 연락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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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에 기부한 배경에는 KAIST 출신으로 기업을 운영하는 지인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모교 후배들을 채용하려고 애쓰는 지인에게 이유를 물었는데 “KAIST 출신은 열심히 한다. 그것도 밤을 새워서 열심히 한다”라는 답을 들은 이후로 KAIST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는 것이다.

기부자는 “KAIST는 활력이 넘치면서도 순수한 학교라는 인상을 받았다”며 “나의 기부가 국가의 발전뿐만 아니라 전 인류사회에 이바지하는 성과를 창출하는 초석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그러면서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장학금과 의과학·바이오 분야의 연구 지원금으로 사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KAIST에는 고액 기부가 이어지고 있다.

이수영 광원산업 회장이 2012·2016·2020년 세 차례에 나눠 모두 766억 원을 기부했고, 2008년에는 대한민국 1호 한의학 박사인 고 류근철 전 KAIST 특훈교수가 578억 원을 내놓기도 했다.

정문술 전 미래산업 회장은 2001·2014년 515억 원을,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은 2020년 500억 원을, 김병호 서전농원 회장과 부인 김삼열 여사가 2009·2011년 350억 원을, 대원각을 운영했던 고 김영한 여사가 340억 원을 각각 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