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난 간 10살 우크라 소녀 방 피아노에 수류탄 설치한 러시아군

By 이서현

민간인을 학살하고 우크라이나 전리품을 되파는 등 러시아군의 만행이 끊임없이 폭로되고 있다.

최근에는 공격을 피해 집을 비운 우크라이나 가정집 피아노 속에서 러시아 군이 설치한 수류탄이 발견돼 공분을 일으켰다.

지난 13일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은 우크라이나 부차의 한 가족이 러시아군이 피아노에 설치하고 떠난 부비트랩(건드리면 터지는 폭발 장치) 때문에 목숨을 잃을뻔한 사연을 전했다.

데일리메일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침공으로 부차를 떠나야 했던 타티아나 몬코는 5월 초 딸 다리나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러시아 군이 값비싼 물건을 털어간 집은 물건이 여기저기 흩어진 채 엉망이었다.

다리나는 자신이 아끼는 피아노를 확인했고, 다행히 외관상 손을 댄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피난하는 동안 피아노를 치지 못했던 다리나는 먼저 피아노 연습을 하고 싶어했다.

Mariana Hlieva 페이스북

다리나가 건반을 두드린 순간, 타티아나는 피아노 위 다리나의 트로피 위치가 바뀐 것을 알아챘다.

이상한 느낌에 피아노 뚜껑을 열고 안을 들여다본 타티아나는 충격에 휩싸였다.

피아노 망치에 ‘VOG-25P’ 수류탄으로 만든 부비트랩이 설치돼 있었다.

Mariana Hlieva 페이스북

만약 다리나가 이 부비트랩을 건드렸다면 수류탄이 폭발했을 위험한 상황이었다.

이상함을 빨리 알아챈 타티아나의 눈썰미로 덕분에 이런 불상사를 막았고, 부비트랩은 우크라이나 폭발물 처리 전문가들에 의해 무사히 제거됐다.

타티아나는 “얼마나 더 많은 우크라이나 아이들이 전쟁의 위험 속에서 살해되거나 납치돼야 하냐”며 “러시아가 하는 모든 행동은 피아노에 있던 폭발물과 같다”고 분노했다.

안톤 게라슈첸코 우크라이나 내무장관 보좌관도 사연을 전하면서 “기적적으로 피아노에 숨겨져 있던 수류탄이 터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누리꾼들은 “정말 악랄하다” “누군가 돌아와 기쁨의 피아노를 연주할 때 비극을 맛보게 하겠다는 심산인 듯” “엄마의 눈썰미가 가족을 살렸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러시아군이 설치한 지뢰와 불발탄을 수거해 폭파작업 중인 우크라이나 군인 | AP연합뉴스

한편, 지난 4월 초 러시아군이 민간인 살해를 위해서 지뢰와 부비트랩 수천 개를 설치했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일례로 한 우크라이나 노인이 러시아 군인에게 우유를 받았다가 목숨을 잃을 뻔한 일이 알려지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에 사는 한 할머니는 인도적 차원에서 나눠주는 것으로 생각해 러시아 군인이 주는 우유를 받았다.

우유에 설치된 부비트랩 | 트위터

하지만 뚜껑이 제대로 닫히지 않은 것이 수상해 조심스럽게 뚜껑을 열었고, 그 안에서 부비트랩에 연결된 가느다란 선을 발견했다.

러시아 군인들이 주민들이 안심하도록 우크라이나산 제품으로 폭탄을 만들었다는 것.

이에 우크라이나 경찰은 ‘전문가에 의해 검증되지 않은 물건을 만지지 말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