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투신 사망 여대생, 택시기사와 ‘소통 오류’ 가능성 제기됐다

By 이서현

달리던 택시에서 뛰어내려 숨진 여대생 사건은 택시기사와 여대생의 단순 소통 부족으로 인한 참사로 보인다.

8일 포항북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여대생 A(21)씨는 8일 오후 8시 45분쯤 포항시 흥해읍 KTX 포항역 인근에서 택시기사 60대 B씨가 운전하는 택시에 올라탔다.

당시 A씨의 남자친구는 A씨가 거주하는 대학 기숙사로 가달라고 말했고, 택시에는 A씨 혼자 탑승했다.

B씨는 경찰조사에서 A씨가 “차에서 내려도 되냐” 물어봤고, 이후 달리는 택시에서 뛰어내렸다고 진술했다.

A씨는 뒤이어 오던 SUV차량에 치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A씨가 택시를 탄 지 6~7분여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연합뉴스

이후 사고를 두고 갖은 추측이 일면서 택시기사와 숨진 여대생의 가족 등이 고통받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고는 A씨와 B씨의 단순 소통 부족에 따른 사고로 추정되고 있다.

당시 상황은 A씨가 남자친구와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와 택시 블랙박스 영상에도 고스란히 담겼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카카오톡 대화 내용은 지난 7일 A씨의 동생이라고 주장하는 청원인이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A씨는 택시가 목적지가 아닌 곳으로 고속으로 운행 중이며, 택시기사에게 말을 걸었지만 무시했다는 등의 상황을 남자친구에게 전했다.

이런 상황을 자신이 납치되는 것으로 오인해 겁이 난 A씨가 택시에서 뛰어내렸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청원인은 “어둡고 낯선 길에 혼자 있는 누나는 빠르게 달리는 차량 안에서 극도의 공포감과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며 “누나의 사고가 누나의 잘못이 아님을 증명하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사실상 택시기사의 책임론을 거론했다.

A씨와 남자친구 카카오톡 대화 캡처

반면, 택시 블랙박스 속 상황은 A씨가 느낀 것과 전혀 달랐다.

B씨가 A씨에서 “C대학이요?”라고 묻자, A씨가 “네”라고 답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B씨는 행선지를 잘못 알아듣고 다른 대학 기숙사 방향으로 달렸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특히 그는 청력이 좋지 않아 보조 장치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 주행 소음 때문에 A씨의 말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을 거라는 추측도 나왔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경찰 관계자는 “처음엔 (블랙박스에) 차량 주행 소음밖에 안 들렸다”라며 “몇 번 재생해보니 A씨가 택시기사에게 무슨 말을 하더라. 기사는 A씨 말을 듣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B씨가 A씨의 말을 듣지 못한 채 차량 운전에 집중하는 모습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또 일부에 알려진 A씨가 ‘내려도 되냐’고 묻고, 택시기사가 ‘갑니다’라는 식의 대화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다만 경찰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